韓노조와 다른 美노조…조직 투자손실까지 일일이 공개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2. 12. 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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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뿐 아니라 조직관리도 보고
위법 확인되면 노동부장관이
법률상 관리, 감독할 수 있어
노조 부패 사건 계기로 1959년 제정
미국 자동차 조립공장의 근로자들 [EPA = 연합뉴스]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들은 1959년 제정된 ‘노사 정보 보고 및 공개법’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노동부)에 매년 연례 보고를 하고 있다. 또 해당 보고서는 미국 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랜드럼-그리핀 법으로 불리는 ‘노사 정보 보고 및 공개법’ 은 미국 노동조합 관리와 운영에 관한 가장 중요한 법률이다. △조합원의 권리와 정의 △집행 간부의 선출 △회계 기록의 관리와 보고를 규정한다. 사실상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나 무풍지대나 다름없는 한국 노조의 회계, 조직 관리 체제와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조합 연계보고서인 이른바 LM-2 제출이 의무화돼 있다. 해당 규정은 노동조합이 조합원 이익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고 노사 정보 보고 및 공개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단순히 재무 회계 정보 공개를 넘어 노조 전방위 정보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LM-2에는 포괄적인 정보가 담긴다. 노동조합 선거일, 조합원 수, 간부·직원의 급여, 정치활동위원회 존재 여부, 노조 자금 손실 여부, 회비 및 수수료 요율, 현금 및 투자 등 7가지 자산 범주, 미지급금 등 4가지 책임 범주, 회비 및 이자 등 16가지 영수증, 노조 임원에 대한 지불 및 대출금 여부, 사무실 관리 비용 등 사실상 모든 정보가 담긴다.

다만 회계와 관련해 제3자 독립 감사에 관한 강제 규정은 없다. 대신 노동부 장관이 위법을 확인할 경우 관리 감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노동부가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노조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근로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에 월회비를 내기 때문에 회비로 납부된 자금이 궁극적으로 노조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노조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셈이다.

이 같은 법률이 마련된 것은 1950년대 노조의 부정부패 사건이 계기였다. 195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항 부두는 무법천지였다. 서부항만노조는 폭력 조직과 결탁해 부두 근로자 공급을 독점했고 각종 비리와 폭력을 일삼았다. 일감을 얻기 위한 뇌물이 횡행했고 비판을 하면 일감을 받지 못했다. 1957년에는 미국 트럭운수 노조 비리 사건이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노조가 마피아와 결탁해 조합자금을 제공하고 돈세탁을 지원하기도 했다. 당시 지미 호파는 14년간 해당 노조위원장을 역임하면서 10만명에 불과하던 조합원을 230만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1967년 마피아와 결탁, 공금 유용, 카지노 운영 등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노동법은 시대 상황에 맞춰 3차례 개정됐다.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호들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강도 귀족’ 시대가 열리면서 노동법이 처음 정립됐다. 근로자의 단결권·단체 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제한하는 와그너법이 1935년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노조로 인해 이후 차츰 노동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파업이 국가 경제 또는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장 복귀를 명령할 수 있는 태프트-하틀리법이 1947년 마련됐다.

당시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만 채용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이 유행했는데 이때 폐지됐다. 이후 1950년대 노조가 폭력배와 결탁해 이권을 챙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조의 재정 상태를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랜드럼-그리핀법이 1959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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