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쯤 참사 알았다”던 이임재... ‘10시 32분 CCTV’에 찍힌 진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0시 32분쯤 상황을 보고받은 정황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경은 지난달 16일 국회 행안위에 증인으로 나와 “그날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도 받지를 못했고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증언했는데 이를 뒤집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법원도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지난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틀 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이 총경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경찰이 확보한 이태원파출소 CC(폐쇄회로)TV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일 한 차례 이 총경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이같은 보강 수사 자료를 보고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애초 송병주 용산경찰서 전 112상황실장(경정)은 참사 당일 10시 32분 이 총경과 통화에서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이 총경은 줄곧 이를 부인해왔다. “통화 품질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통화가 어려웠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특수본이 확보한 이태원파출소 내부 CCTV 영상에서는 해당 시각 송 경정이 이 총경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장면이 찍혔다. 송 경정이 통화하는 장면은 1분 41초간 이어졌다. 이 영상에서 송 경정은 손짓을 섞어가며 말을 하다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장면도 포착돼 특수본은 이를 바탕으로 이 시각에 정상적인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사고 발생 시각인 10시 15분에서 17분이 지난 시점이다.
실제 이 통화 이후 이 총경은 10시 36분 “가용경력을 전부 보내세요”라고 첫 무전 지시를 했다. 이 총경은 이 시각 관용차 안에 있었다. 용산서 주변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9시 47분쯤 이태원으로 향하는 관용차를 탄 그는 오후 10시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했지만 차량 정체로 우회로를 찾다 1시간 가량 차에만 머물러 있었다.
특수본은 이때 보고를 받은 이 총경이 제대로 된 지시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같은 CCTV 영상을 이 총경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구성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이 확보한 이태원파출소 내부 CCTV에는 이 총경이 파출소 안에서 상황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장면도 찍혔다. 해당 상황보고서에는 이 총경이 10시 17분에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총경은 실제 11시 5분에서야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이를 보고도 바로잡지 않은 것이다. 이후 이 총경은 파출소 옥상에서 지휘를 했는데 이때도 직원이 ‘10시 17분에 이 총경이 현장에 도착해 지휘를 시작했다’는 내용의 상황보고서를 들고 와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묵인했다. 이 총경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특수본은 당시 이 총경이 보고서 내용을 직접 확인했다는 직원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난 19일 이 총경에 대한 영장을 재신청할 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23일 이 총경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박원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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