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고가선박 발주 봇물…조선 ‘빅3’ 실적 턴어라운드 빨라진다
과거 저가 수주·인플레이션 영향에 올해는 ‘적자’
내년부터 수익성 개선 본격화…“하반기 흑자 전환”
“조선 관련 기업 96%는 인력 부족”…리스크 여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올해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국내 대형 조선 3개사가 내년에도 순항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년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 이어 탱커(원유·석유화학제품운반선),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도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선가가 낮은 시기 수주한 물량을 소진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해 각 사 실적도 본격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올해 모두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22일 오만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총 197척, 239억5000만달러(약 30조75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액이었던 174억4000만달러(약 22조4000억원)의 13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해 총 46척·기, 104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수주해 연간 목표치였던 89억달러(약 11조4000억원)의 117%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010140)은 총 49척, 94억달러(약 12조1000억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88억달러(약 11조3000억원) 대비 107%를 달성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연간 수주 목표를 모두 넘은 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이처럼 조선 3사가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의 수주 호황이 있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은 지난해 연간 발주량(87척)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70척인데, 이중 조선 3사 수주량만 118척에 달한다. 시장점유율로는 69%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올해 조선 3사의 실적은 수주 호황에도 영업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선가가 낮은 시기 수주한 물량이 남은 데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수익성을 끌어 올리지 못해서다.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전망치를 3453억원,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을 각각 1조928억원, 5825억원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내년 LNG 운반선과 함께 탱커,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원유와 화학제품 등의 수입처를 미국이나 중동으로 대체하면 이를 실어 나를 탱커 등 선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세계 에너지 시장 불안을 해결하고자 바다 위에서 가스·석유 등의 천연자원을 뽑아내는 해양플랜트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베트남·캐나다·카타르 등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도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조선 3사는 LNG 운반선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건조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조선 3사의 실적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선가가 낮았던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초 수주한 물량의 잔고를 소진하고 지난해 초 이후 제값을 받고 수주한 물량을 건조하면서 수익성을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가 수주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내년도 공정 진행 과정에서 저(低) 선가기에 수주된 물량이 줄어들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선업계의 매출 증가와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이 가장 먼저 실적 전환에 성공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내년 하반기 이후론 차례대로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감을 쌓아두고도 일할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은 조선 3사로선 여전히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4대 주력산업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인력수급상황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조선 관련 기업은 96.6%가 생산직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선박 건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는 대부분 2026년까지 선박 인도 일정이 확정된 상태로, 충분한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당분간 수익성을 높이고자 선별 수주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업 인력난 문제는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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