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해외 비밀 경찰서`가 드러낸 `중국몽`의 민낯

2022. 12.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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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총괄부국장 겸 금융부동산부장

"중국의 목적은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 국가가 되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말이다.

정치인의 말을 믿는 건 바보라지만 중국 지도자들의 경우 특히 그렇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간부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속에 전혀 다른 맥락이 숨겨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입으론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롭게 우뚝 선다)를 외치지만, 실은 '무력굴기'(武力굴起·힘에 의해 우뚝 선다)를 추구하는 식이다.

중국이 해외 반(反)체제 인사 탄압을 위해 남의 나라의 주권을 무시하고 세계 각국에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뉴스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최근 중국이 53국에서 비밀 경찰서인 '경찰화교사무서비스센터'(警僑事務服務站)를 100곳 이상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난퉁(南通)시 공안국이 1곳을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을 하는 걸까? '비밀 경찰서'는 중국의 세계 전략과 관련이 깊다. 중국공산당의 은밀한 '세계 지배 전략'을 낱낱이 폭로한 사람은 호주의 학자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이다. 그는 2018년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2020년 '보이지 않는 손'(Hidden Hand)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추악한 공작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세계 여러나라에 설치된 중국의 '비밀 경찰서'가 하는 일은 해외 거주 5000만명의 한족을 감시하고 이들을 조종, 해당 국가에서 중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해외 중국인들을 앞세워 정치적 입김을 높이려는 일종의 통일전선전술이다.

중국공산당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족을 '화교'(華僑·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국민), '화인'(華人·외국 국적을 취득한 한족), '화예'(華裔·한족의 후예)로 구분해 때론 돈으로 유혹하고 때론 협박을 가하면서 중국공산당편에 서도록 압박한다. 해외 중국인 개인과 공동체 사이로 들어가 베이징의 정치적 정합성과 융합되는 애국적 정서를 주입하는 게 '해외교무공작'의 목표다. '비밀 경찰서'들은 이런 '공작'을 하는 것이다.

공자학원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중국어 교육과 자국 문화 홍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2020년말까지 세계 160여국에 540개가 넘는 공자학원을 설립했다. 우리나라에도 2004년 서울 강남 1호점을 시작으로 총 23곳이 개설돼 있다. 서방국들은 이 공자학원이 현지 유학생 등을 단속·감시하고, 고급 학술 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첩보기관이라는 결론을 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영국 내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했으며, 미 국무부는 2020년 공자학원을 세우려는 미국 기관·대학에 대해 인적 구성과 예산 및 지원금 사용내역 보고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세계에서 폐쇄된 공자학원은 150곳에 육박한다. 공자학원은 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이 추진한 프로젝트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공자학원은 중국공산당의 국제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으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리장춘은 "공자학원은 중국 해외 선전체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공산당의 최종 목표는 미국을 제치고 패권 국가가 돼 세계를 공산당 지배 아래에 두는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나, 장쩌민(江澤民)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옛 제국의 영광을 되찾고 세계 지도자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동북아에선 한미동맹의 해체가 최고의 목표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대한민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와 신장을 강제로 빼앗고, 티베트족과 위구르족을 탄압 중인 중국이 대만은 자기 땅이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2017년 시진핑을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강현철

총괄 부국장 겸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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