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불운남은 행운남으로 거듭날까…QS 19회에 6승은 너무 억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구의 불운남은 행운남으로 거듭날까.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승리는 더 이상 큰 가치를 갖지 않는다. 각종 트레킹 데이터와 2차 스탯의 발달로 투수의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잣대가 늘어났다. 야구규정상 투수가 승리하려면, 야수들의 공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승리로 투수의 능력을 순수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장에서 여전히 투수의 승리는 중요한 개인기록으로 받아들여진다. 선발투수의 경우 설령 투구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승리투수가 되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투수가 안 되면 투수로선 찜찜함이 남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삼성 외국인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는 ‘심각한 불운남’이었다. 30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2.49였다. 173⅔이닝에 159탈삼진, WHIP 1.16, 피안타율 0.232, 퀄리티스타트 19회였다.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6위, 최다이닝 8위, WHIP 9위.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 5.28로 4위였다. 쉽게 말해 보통의 선수들보다 5.3승을 팀에 더 안겼다는 뜻인데, 정작 수아레즈의 시즌 승수는 단 6승이었다. 적어도 11승은 해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비무관평균자책점도 2.96으로 7위, 승리확률기여도도 2.70으로 9위였다.
올 시즌 KBO리그 투수 톱10에 거뜬히 드는 내용이다. 포심 평균 151.5km에 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의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그만큼 각 구종의 커맨드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 수아레즈는 등판경기의 약 3분의 2가량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그렇다고 올 시즌 삼성 타선이 약했던 것도 아니다. 팀 타율 0.270로 2위, 팀 OPS 0.721로 4위, 팀 득점권타율 0.281로 1위다. 희한하게도 수아레즈가 등판할 때 타선이 안 터졌다. 수아레즈가 상대 에이스와 많이 맞붙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례적이었다.
그럼에도 수아레즈는 불만의 기색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으로선 이런 투수에게 재계약을 제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수아레즈도 받아들였다. 올 시즌 총액 100만달러였으나 내년에는 총액 130만달러로 오른다.
삼성은 근래 들어 외국인선수 농사가 나쁘지 않았다. 데이비드 뷰캐넌은 어느덧 내년에 4년째 삼성에서 뛴다. FA 시장에서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다는 걸 감안할 때, 수아레즈와 뷰캐넌은 내년에도 팀의 상수가 돼야 한다. 오히려 야수들이 수아레즈를 좀 더 도와주면 수아레즈도 능률이 오를 듯하다.
[수아레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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