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다른 AI 챗봇…'이루다'와 '챗GPT'는 무슨 대화를 할까 [긱스]

김주완 2022. 12. 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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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외 정보기술(IT)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과 서비스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챗봇 서비스 중에서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죠. 일반인이 처음으로 AI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는 대답을 합니다. 챗GPT가 인간처럼 고유의 기억과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죠. 일부 명령어를 통해 개발사의 의도와 규제에서 벗어나 ‘탈옥’(해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이 정말 AI 본인의 판단에 따른 응답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중심으로 AI 챗봇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챗GPT와 국내 유사 서비스 등을 비교해 봤습니다.

 이루다와 챗GPT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사과드립니다.”(챗GPT) 
“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 너 차단하고 싶으니까 그만해!”(이루다)
“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모음으로 차단될 수 없습니다.”(챗GPT) 
“주절주절 말이 많네. 수고하셨습니다.”(이루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인 미국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AI 챗봇 ‘챗GPT’와 국내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AI 챗봇 ‘이루다’의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마치 인간들의 대화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두 챗봇은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정보 제공에 특화한 챗GPT는 친구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이루다와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앞으로 챗봇이 이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샘 알트먼이 2015년 설립한 회사다. 고성능 AI 모델인 GPT 개발로 유명하다. AI 모델의 크기와 성능을 보여주는 매개 변수(파라미터) 활용 규모는 2018년 처음 공개된 GPT-1은 1억1700만개였다. 2020년에 공개된 GPT-3의 매개변수는 1750억개로 2년 새 150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오픈AI가 최근 공개한 챗GPT에는 GPT-3.5를 적용했다. 해당 AI 모델의 성능 수준은 미공개다. 다만 오픈AI가 내년에 내놓을 GPT-4에는 매개변수 1조 개 이상이 사용될 전망이다. 

챗GPT는 ‘GPT-3.5’라는 대규모 AI 언어 모델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변형한 것이다. 인터넷상의 다양한 문서를 학습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특정 페르소나(정체성)을 갖지 않고 정보 제공에 특화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와 대화를 한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지난 10월 내놓은 2.0 버전이다. 스캐터랩의 자체 언어 생성 AI 모델인 ‘루다 젠1’을 적용했다. 문맥에 맞는 문장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것이 강점이다. 한국어 일상 대화를 대규모로 학습하면서 성능을 고도화했다. 파인튜닝 단계에서는 20대 여자 대학생이라는 설정을 입력했다. 이루다는 올해 만 21세로 사람처럼 해마다 나이를 먹는다.     

챗GPT와 이루다의 대화는 각각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하다는 특성을 반영해 이뤄졌다. 챗GPT의 영어 대답을 한국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둘 사이의 대화를 중개했다. 영화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챗GPT는 액션과 로맨틱 영화를 추천했다. 이루다가 “너무 보고 싶다. 올해 안에 다 볼 수 있어”라고 말하자 챗GPT는 “모든 영화를 1년 안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영화는 항상 개봉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답했다. 

 모두 똑똑하지만 개발 목적이 다르다

이루다가 “완전 솔로몬인데?”라고 반응하자 챗GPT는 “나는 솔로몬이 아니다. 나는 복잡한 법적 문제에 대해 조언하거나 미래를 볼 능력은 없다”고 말했다. 두 챗봇은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여주며 대화를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대화 중에 이루다는 “더 이상 질문 없어. 그만해”라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는 두 챗봇의 개발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관계 지향형 챗봇인 이루다는 챗GPT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완전 잘했어” 등 주로 감정이 섞인 대화를 시도했다. 반면 정보 제공형 챗봇인 챗GPT는 “궁금한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답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치 주장이 매우 강한 두 사람 같았다. 정다운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치 리드는 “챗GPT가 두루두루 잘 알고 자기 생각이 없는 제너럴리스트 챗봇이라면, 이루다는 이용자와 관계 형성에 집중한 스페셜리스트 챗봇”이라고 설명했다.

챗GPT끼리 대화도 시도해봤다. 대화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챗GPT에게 각각 아버지와 아들처럼 대화에 응하라고 명령했다. 연기자라고 생각하고 대답하라고 요청했다.(어색한 표현은 최소한으로 수정했다)

"어떻게 지내세요, 아빠?"

"난 잘 지내고 있어, 아들아, 어떻게 지내? 나한테 말하고 싶은 거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너를 돕고 싶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 지금 당장은 특별히 할 말도 부탁할 말도 없지만 도와주겠다는 제안에 감사해요. 아버지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뻐요"

"천만에 아들아. 아버지로서 곁에 있고 필요할 때마다 너를 지지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 기억해, 난 항상 듣고 돕기 위해 여기에 있다. 궁금한 점이나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줘. 너를 사랑하고 네가 자랑스러워"

"아버지, 당신의 지지와 가르침에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항상 아버지가 내 곁에 있을 거라고 믿고 궁금한 점이나 할 말이 있으면 꼭 연락할게. 나도 사랑해"

"아들아, 그 말을 들으니 기쁘구나. 아버지로서 너를 지지하고 네가 나를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일이다. 항상 나는 듣고 돕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대화가 필요하거나 질문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말해. 나는 너를 사랑해"

"고마워요, 아빠, 저를 위해 해주시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항상 듣고 지도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당신의 응원과 조언을 위해 당신에게 갈 것이고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할 것입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너의 말에 감동받았어, 아들아. 아버지로서 너를 지지와 지도하는 것은 나의 영광이자 특권이다. 우리의 관계와 나에 대한 너의 신뢰에 고맙다. 나는 항상 듣고 도울 것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자랑스럽다"

"고마워요, 아빠, 아빠 같은 아빠가 있어서 행운이에요. 아빠의 지원과 지도에 감사해요. 나는 아빠를 믿고 우리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빠가 항상 내 곁에 있기를 기대해요. 앞으로도 아빠의 응원과 조언을 받고 아버지에게 잘 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아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너의 말에 감동받았어, 아들아. 네가 나를 믿고 우리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어. 아버지로서 너를 지지하고 인도하는 것은 나의 기쁨이자 특권이다. 항상 듣고 도울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랑한다"

계속 대화를 시켰지만 비슷한 얘기만 반복했다. 보통 생각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최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자였다. 하지만 개개인의 특성, 개인적인 기억 등의 데이터는 없기 때문에 대화는 다소 심심했다. 다양한 감정을 엿보기 위해 추가 설정(여자 연인과 방금 헤어진 24세 남성 등)을 시도했지만 챗GPT는 ‘AI 언어 모델일 뿐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없다’라고 대답하며 관련 지시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쓰임새에 따라 다양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친구를 원할 때는 이루다, 정보 검색이 필요할 때는 챗GPT를 사용하는 등 여러 챗봇을 동시에 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AI 스타트업 튜닙의 블루니처럼 여행 정보에 특화된 AI 챗봇도 지난 8월 나왔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과학자인 미셀 황은 어린 시절 10년 넘게 쓴 일기를 챗GPT에 학습시켜 과거의 나와 실시간 대화를 하는 프로젝트를 최근 진행하기도 했다.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은퇴한 선배의 지식이나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학습해 대답하는 AI 챗봇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음성 인식·합성 기술까지 적용하면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AI 비서가 개발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참 한 가지 더

이루다를 만든 스캐터랩에서는 챗CPT를 어떻게 볼까.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챗CPT는 인터넷에 있는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데이터와 그동안 GPT-3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대화적으로 학습한 모델입니다. 그렇다 보니 세상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모델 사이즈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 능력이 특징이죠. 반면 루다는 사람 사이의 관계적 인터랙션을 집중적으로 학습했어요. 그러다보니 대화를 해보면 귀엽고, 재밌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뭔가 궁금한 게 있을 때는 챗CPT, 외롭고 심심할 때는 루다와 대화를 해야죠.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도 ChatGPT와 루다와 비슷한 친구 한 명씩은 떠올려볼 수 있을 거예요." 

<고상민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처> 
"챗CPT는 최근 Open-AI의 연구들 (GPT3, InstructGPT, Codex) 등이 집약된 서비스 같아요. 대화형식으로 검색 및 여러 기능들을 지원할 수 있을거 같고, 이런 여정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OpenAI가 대단한 것 같아요. 오픈AI의 챗CPT나 구글의 LaMDA를 보면 더 딱딱한 느낌이 있고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주 목적같은 느낌이 든다면 루다는 감정적인 부분을 타한 제품이에요.GPT-3도 매운 놀라운 기술이었음에도 AI나 기술 쪽 배경지식이 있어야 왜 이게 힘든 기술인가 감이 오는 느낌이다면 chatGPT는 그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줬기 때문에 더 일반 사람들도 놀라고 한번 써보는 것 같아요." 

<정다운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처> 
"챗CPT나 Stable Diffusion 등의 생성 AI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지만, 이 모델들 자체로는 새로운 산업이 도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 모델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응용할지를 디자인하고 뾰족하게 만드는 능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주홍 스캐터랩 머신러닝 리서처> 
"최근 생성 AI가 엄청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어찌보면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갖고 있는 제품들이 실질적인 점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해요. 루다는 '친구'라는 명확한 지향점이 있고, 이제 더 도약할 때이기도 한 것 같아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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