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업에도 부는 데이터 바람
전 산업분야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 따라 21세기 원유라 불리는 데이터의 가치도 나날이 높아진다. 이젠 제조업은 물론 농수산업도 데이터 기반 스마트화가 진행된다. IT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에 한발 더 다가선다. 의료분야에서도 데이터는 이제 경쟁력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이런 데이터 중심 기업들의 데이터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정부 지원책이 '데이터 바우처' 사업이다. 수요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매·가공 바우처를 지원, 검증된 공급기업과 이어주는 사업이다. 데이터 바우처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수확을 거두는 기업들의 현장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데이터로 빚는 고품질 딸기 = 농업회사법인 라온터는 강원도 홍천에서 시설(비닐하우스)을 갖추고 딸기를 재배한다. 강원도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딸기 재배지로 부상하는 곳이다. 특히 라온터가 위치한 홍천군 등 중부내륙 산간지역은 일교차가 커서 높은 당도의 고품질 딸기가 생산된다.
딸기는 겨울철 작물이라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대비해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라온터도 기상악화로 피해를 겪은 뒤 더욱 체계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절감, 소재지의 실시간 기상 변화를 IT기술로 탐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바우처를 수요기업으로서 신청, 공급기업 에어텍과 함께 시설 내·외부에 모니터링 장비를 확충하고 실시간 기상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기상데이터를 사업장 내에서 관측하면서 DB(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딸기에 발생하는 주요 병해충 발병조건과 대응요령까지 DB에 함께 담았다. 기상정보의 경우 영농 목적에 맞춰 상세하게 재분류하고 이를 웹페이지 기반으로 시각화, 자체적인 실시간 기상정보 시스템을 마련했다. 안정적인 딸기 재배 조건을 갖춘 것은 물론, 인근 농가와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도 추진한다.
홍낙기 라온터 대표는 "요즘은 어디든 데이터가 중요하다. 요리에 레시피가 있는 것처럼 농사에도 데이터 기반 가이드가 마련되면 우리 농장뿐 아니라 강원도 농업에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 데이터 바우처를 신청했다"면서 "실시간 기상정보 바탕으로 농장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고, 앞으로 각종 데이터 간 상관관계 분석도 더하고 싶다. 하우스뿐 아니라 노지에도 이런 디지털 기술이 더욱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헬기 대신 드론으로 어군 탐지 = 나르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1호 연구소기업으로 드론을 전문적으로 개발·제작한다. 이 회사는 쿼드콥터 형태가 아니라 수직이착륙 비행기 등에 적용되는 틸트로터 형태의 드론에 주력하는 게 특징이다. 세계 최초로 전동식 소형 틸트로터 드론을 상용화했다.
나르마는 우연한 기회로 어업과 만났다. 일반적인 쿼드콥터 드론보다 약 3배 더 멀리, 빠르게 움직이는 나르마 드론의 시험비행을 목격한 해외 원양어업체의 문의로 시작됐다. 어군 탐지를 위해 띄우는 헬리콥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거친 바다에서 안전은 물론 연간 7~8억원 비용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능력뿐 아니라 인간의 눈을 대신해 어군을 자동 탐지·식별하는 역량도 요구됐는데, 국내에는 AI에 학습시킬 어군 데이터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드론용 어군 탐지 AI시스템 개발에 나선 나르마는 데이터 바우처를 신청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공급기업 수퍼브AI와 함께 국내 연안에서 일어나는 어군 현상을 드론으로 촬영, 42만장 이상 이미지로 어군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이를 AI가 지속적으로 학습, 90% 이상의 어군 인식률을 갖추게 됐다.
권재형 나르마 연구원은 "어군 관련 해외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비용이 적잖이 든다는 점이 문제였는데, 데이터 바우처를 통해 국내 연안에서도 드물게 어군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 성공적으로 AI 학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엣지컴퓨팅 기술이 적용된 틸트로터 드론으로 원양어선의 어군 탐지뿐 아니라 북미지역 대농장의 가축 관리 등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스마트 양식장 지원 = 오든은 해양 부표 제조와 응용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바다 양식장에서 IoT(사물인터넷) 센서 및 저전력 장거리 통신 가능한 스마트 부표로 양식 환경의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온, 염도, 용존산소, 산성도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해양 환경 정보를 알려주고 적정 사육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든은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통해 공급기업 빅웨이브AI와 만나 자사 스마트 부표를 AI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기존 해양정보에서는 특정 지역을 위한 직접적인 해양환경 요소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이를 기존 공공데이터에 그동안 자사가 스마트 부표를 통해 수집해온 데이터를 더해 해결했다. 특히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가공 과정에서 빅웨이브의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을 위한 해양 변화 예측 서비스를 구축했다.
황용희 오든 대표는 "AI 예측 모델과 서비스 개발까진 당사에서 가능하지만 데이터 가공의 경우 전문적인 곳에서 수행해야 향후 DB 변경 등이 없으므로 데이터 바우처를 신청했다"며 "공급기업도 저수지 수질 관련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곳이라, 진행 과정에서 데이터와 AI 관련해 서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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