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태극전사 열혈 응원맨의 끝없는 열정

김소연 기자 2022. 12. 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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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식 레드엔젤 응원단장, 60번째 해외원정 응원
30년간 이어온 보육원 봉사…사회운동가 역할도
박용식(사진 가운데) 레드엔젤 단장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된 도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응원을 펼칠 때마다 나날이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느낍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외국인들의 '코리아'를 향한 관심과 애정에 매순간 감격했어요. 이 감정이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를 응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태극 문양의 페인팅을 한 얼굴로 태극전사를 응원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힘을 불어넣는 박용식(59) 레드엔젤·아리랑응원단 단장. '열혈 응원맨'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열띤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용기를 전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주요 원정 A매치 등에 이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60번째 해외 원정응원을 선보인 박 단장에게 이번 월드컵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유독 한국에 대한 전세계인의 큰 관심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이건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손흥민, BTS(방탄소년단) 등 한국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숫자가 엄청났다"며 "특히 태극 문양 얼굴 페인팅과 태극조끼가 눈에 띄어서 그런지 외국인들과 기념사진만 몇 천장은 찍었던 것 같다. 한국의 위상이 이렇게 커졌나 싶기도 하고, 한국 홍보대사가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미국 월드컵 전 응원단을 모집한다는 신문 공고를 보고 첫 해외 응원을 가게 됐다. 그는 "가수 김흥국, 방실이, 현인 등 연예인 10명과 국민 300명이 모여 미국 달라스에 방문해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했었다"며 "당시 스페인과의 경기였는데, 애국가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박용식 단장과 손흥민 선수 모습. 사진=본인 제공

박 단장은 이 감격을 혼자만 누리지 않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응원 원정길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 한 명도 동행했다. 박 단장은 27살에 결혼을 한 후부터 30년간 개인적으로 성우보육원을 후원 봉사하는 것은 물론, 12년간 보육원 아이들 중 1명과 동반 원정에 나서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자신의 원정 응원을 포기하고 고등학생 2명을 현지에 보낸 것을 계기로 시작된 아름다운 동행인 셈이다.

그는 "최근 코로나로 경제 형편이 좋지 않아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면 그 자체가 꿈과 비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박 단장은 응원보다 더 긴 '봉사'의 역사를 가졌다. 지금도 한 달에 한번씩 보육원 아이들에게 고기를 사줄뿐만 아니라 한밭대학교에 매달 10만원씩 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그가 후원한 아이 중에는 법조계 고위인사가 된 사람도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영세민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그에게 봉사는 숙명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내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서울대에 입학했는데도 학비가 없어 포기한다는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학비부터 그 친구의 홀어머니를 모실 집까지 다 후원했다"며 "결국 사법고시를 패스하더니 현재 법조계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쁨을 맛 봤다. 우리나라의 꼭 필요한 일꾼이 됐으니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나 또한 어려운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간절함을 더 잘 아는 것 같다"면서 "도움이라는 것이 받는 사람도 행복하겠지만 주는 사람도 기쁘고 뿌듯하기 마련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 더 크다"고 했다.

이런 선행을 인정받아 박 단장은 대통령 표창,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 수많은 표창을 수상했다. 내년 초에 있을 국민추천포상 후보 심사도 진행 중이다. 수상이 확정되면 그가 실천한 사회봉사와 나눔 등 공로가 전국민의 인정을 받게되는 것이다.

박 단장은 "국민 추천을 통해 포상이 이뤄진다는 점이 뜻깊은 것 같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봉사를 한 건 아니지만, 저의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봉사·후원에 참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이 되는 것 아닐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대전 서구 만년동에서 '송풍재갈비김치찌개'를 운영하는 박 단장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응원과 봉사를 허락해준 가족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밝혔다. 지속적인 응원·봉사 활동을 위해 생업 또한 잘 일궈나가겠다 다짐도 했다.

그는 "코로나로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 규모를 줄여야 했다. 그때 이후로 여전히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응원·봉사 활동은 자비로 부담하는 만큼, 가족들이 고통을 받아온 데 대해 큰 미안함을 느낀다. 아내에겐 특히 더 그렇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가를 바라고 응원·봉사를 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가족들이 더 고생하지 않도록 식당 운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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