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대출 8개월 연장”… 정작 은행선 “두달만 가능” [‘빌라왕’ 피해자 혼란 가중]
HUG 대출 6개월 추가연장 공문
현장지침 숙지 안 된 은행 상당수
피해자 “지원책 이행 안 돼” 호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은행에 공문을 보내 '6개월 연장안'을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은행 역시 보증기관이 보증기간을 연장해주면 대출 연장은 당연히 해주는 구조라며 현장의 혼란을 모르는 체하고 있다.
■피해자 171명, 계약 종료됐지만 보증금 못 받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로 수도권에서 1139채의 빌라·오피스텔을 사들였던 40대 임대업자 김씨가 사망한 지 두달이 지났지만 세입자들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 재산이 압류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터라 김씨 명의 부동산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HUG에 따르면 이번 빌라왕 사건 피해자 가운데 보증보험을 가입한 임차인은 총 440명으로, 이 중 171명은 임대기간이 끝났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만기가 지나면 피해자는 연체이자를 내야 할 뿐 아니라 신용등급도 하락한다.
이에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함께 연 빌라왕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는 피해자 100여명이 현장 참석하고, 비대면 중계에도 270여명이 모였다.
국토부는 이날 HUG, 주택금융공사 등이 운영하는 전세자금대출을 8~12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달랬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시 기존 HUG는 2개월, 주금공은 6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던 것에 6개월을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건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앞당기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는 연 1%의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W은행에서는 최대 2개월 연장만 가능하다고 한다" "H은행에서는 HUG가 승인을 안해줘서 연장을 안해준다고 한다"는 등 지원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HUG "안내했어" vs 은행 "우리는 따라갈 뿐"
이 같은 혼란은 보증기관과 금융기관 간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증기관인 HUG는 은행에 지난 11월부터 빌라왕 피해자에 대해 전세자금대출 6개월 추가 연장을 해주도록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HUG는 지난 11월 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BNK경남 등 은행들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금안심대출보증) 업무 매뉴얼 개정안을 첨부한 공문을 보냈다. 임대인 사망으로 인한 임차인 피해 예방을 위해 임대인 사망 시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 6개월 추가 연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관련부서 담당자와 은행장이 수신인이었다.
HUG 관계자는 "문서도 보냈고, 메일도 보냈다. 은행 담당자와 함께하는 카톡방도 있다"면서 "이상하게 은행 지점마다 얘기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은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은 보증기관 특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입장이다.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연장해 준다면 채권상 불안이 없기 때문에 대출 만기를 늘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보증 관련해서 임대인이 사망했을 때 업무 처리기준은 각 보증기관에서 정한 것"이라면서 "차주가 신용불량이라거나 일신상 이유가 있지 않으면 통상 연장된 보증기간만큼 대출 만기도 늘려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지침이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파악을 해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HUG와 함께 개선 부분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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