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컬렉터 지갑 닫고 아트페어로 눈 돌려···경매시장 30% 뒷걸음
韓미술시장 연간거래 첫 1조 돌파
'키아프리즈' 아트페어 판 커지고
가상자산 폭락으로 MZ 관심 줄며
경매시장 낙찰총액·낙찰률 급감
한파속 야요이 낙찰가 상위 독식 하>
한국 미술시장이 올해 최초로 연간 거래 총액 ‘1조원’을 돌파했지만 시장별 온도 차는 확연했다.
◇경매총액 30% 뒷걸음=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의 아시아 첫 진출을 내세워 전 세계적 화제몰이에 성공한 9월 ‘프리즈 서울’과 강남구 코엑스에서의 동반 개최로 낙수효과를 거둔 ‘키아프(kiaf) 서울’ 등 아트페어가 파이를 키운 반면 경매시장은 하강곡선을 그리며 조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25일 서울경제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각 경매사 자료를 종합한 결과 2022년 경매시장 거래 총액은 약 2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옥션의 올해 마지막 위클리 온라인 경매가 남았지만, 그 결과치를 합산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경매 거래 총액 3294억 원과 비교하면 약 960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약 30%가 감소했다.
경매시장이 본격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분기별 낙찰총액과 낙찰률에서도 하락세는 분명하다. 1분기 낙찰총액은 약 785억원이었지만 3분기 440억원, 4분기 440억원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9월에 대형 아트페어들이 잇달아 열리는 바람에 미술품 수요가 페어 쪽으로 몰린 탓도 있지만, 미술시장 과열 양상에 대한 피로감도 없지 않았다. 여기다 글로벌 경제의 부정적 지표들이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켰다. 지난해 미술시장의 2~3배 성장세를 견인한 MZ컬렉터 상당수가 가상자산시장의 수익을 기반으로 했으나, 올 들어 이어진 폭락 장세가 미술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900억원대까지 성장한 미술품 조각투자도 발목을 잡혔다. 금융당국이 미술품 분할소유권을 증권으로 판단해 소비자보호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공동구매가 잠정 중단됐다.
낙찰가 상위권은 쿠사마 야요이가 독차지 했다. 쿠사마는 작가별 낙찰 총액도 277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우환이 254억원으로 2위였고 박서보가 121억원, 김환기 77억원, 이배 70억원 순이었다.
◇건전성 정비, 수작 구매의 기회=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글로벌 경매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한 ‘사상 최대 매출’ 소식을 전하는 상황에서 국내 경매의 위축은 한국 미술시장 건전성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호황기 성장세를 이끈 국내 미술품 시장 수요자들 대부분이 2018년 이후 등장한 5년 미만의 신규 컬렉터인데, 이들이 체계적이고 근거있는 컬렉션 경향보다 ‘미술품 투자’로만 몰두한 결과 “뜨겁게 달아올랐다 빠르게 식는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경매회사는 불장에 취해 구매자 입맛에만 맞췄고, 장기적 전략이 부족했다. 전체 미술시장은 2022년에 최고조에 올랐지만 경매는 지난해 3분기에 최고점을 찍은 후 점차 내리막을 그렸다.
생산자 격인 작가층이 얇은 것도 국내 미술시장의 기형적 측면이다. 미술품 수요는 ‘단색화’를 위시한 원로작가 중심의 국내 블루칩과 글로벌 마켓에서 통용돼 환금성이 좋은 외국작가로 쏠렸다. 작가군 발굴에 투자하지 않으면 해외 아트페어와 갤러리와 함께 들어온 외국 작가들에게 안방을 내줄지 모를 위기상황이다. MZ컬렉터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내 2030세대의 젊은 작가들이 두각을 보이긴 했으나 최근의 시장 상황으로는 ‘반짝스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SNS의 입소문으로 부상한 작가들에 대한 미술계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며, 컬렉터들을 위한 체계적 교육이 요구된다.
조정장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매회사들은 타개책으로 숨은 명작을 찾아내니, 경합없이 수작을 살 기회다. 이번 서울옥션 12월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1989년작 ‘바람과 함께’는 2016년 3월 케이옥션에서 약 2억2700만원에 팔렸던 것인데, 경쟁없이 3억5000만원에 새 주인이 차지했다. 이우환의 1991년작 ‘무제’도 2019년 9월 경매에서 4억1000만원에 거래된 작품이 리세일로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케이옥션 12월 경매에 오른 ‘새와 달’은 2014년 11월 크리스티 홍콩의 이브닝세일에서 추정가의 5배를 넘기며 약 11억2000만원에 팔린 김환기의 대표작이다. 호황장에서는 30억원에도 거래될 법한 작품이지만 16억원에 팔렸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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