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이겨낸 鐵人의 피땀 포항제철소 복구 100일
태풍 힌남노에 멈춘 포스코
"죽음 경험 … 이젠 자신있다"
이백희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재직 35년차 베테랑이다. 굴뚝 연기 색깔만 봐도 뭐가 잘못됐는지 단번에 안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포항 상공을 거쳐 울릉도로 빠져나가던 지난 9월 6일 새벽 6시쯤 집무실에서 밤을 새운 이 소장은 최고경영진에게 무사함을 보고했다.
밤을 꼬박 지새운 서울 본사 최고경영진도 한숨을 놨다. 폭우도 잦아들었다. 안도감도 잠시, 이 소장은 폭발음을 들었다. 제철소 압연공장 인근에 있는 수전변전소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전등이 나갔고 공장 전역이 깜깜해졌다.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장님, 물이 차오릅니다!" 이 소장은 창문으로 공장을 가로지르는 중앙대로에 뭔가 넘실대는 흐름을 목격했다.
희미한 새벽 여명 속에서 그게 뭔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물'임을 직감했다. 물은 이미 공장 전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주차된 자동차가 나뭇잎처럼 둥둥 떠다녔다. 창사 이래 초유의 수마(水魔)였다.
영일만 수평선을 향해 일자로 뻗은 세계 최고의 공장, 한국의 자부심이자 산업 동맥인 포스코 굴뚝에서 맑은 증기가 뿜어지는 풍경은 50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불이 꺼졌다. 쇳물을 쏟아내던 고로도 멈춰 섰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물에 잠긴 현장에서 망연자실했다. 포항 시민과 일반 국민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리는 시간을 보냈다. 공장을 폐쇄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비탄의 신음도 들렸다. 공장 폐쇄는 한국 산업의 파산을 뜻한다. 지상 1~2m까지 차오른 물이 지하 15m 공간을 채우고도 모자라 땅 위로 솟구친 것임을 알아챈 시민은 거의 없었다.
세계 철강사에 기록될 침수 사태에서 결국 희망을 건져낸 것은 포스코의 저력이었다. 임직원은 공장에서 밤을 새웠다. 100일의 사투였다. 그리고 불을 켰다. 생산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시련 100일 끝에 기적을 건져낸 그들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졌다. 100일의 기적을 일궈낸 현장을 필자가 둘러봤다. 지하엔 진흙 얼룩이 묻은 기계들이 굉음을 냈고, 작업반원의 표정은 조심스레 밝아졌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제 다시 불을 밝힌 포스코의 현장 관찰기가 신년을 맞는 국민의 마음에 희망의 불빛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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