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영업익 '뚝'···위기의 식품업계

한동훈 기자 2022. 12.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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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5개사 올 1~3분기 실적
원자재값·원달러 환율 충격에
작년 말부터 제품값 올렸지만
영업익 개선은 단 한 곳도 없어
글로벌사업 확대 등 돌파구 필요
[서울경제]

국내 식품기업들이 곡물 등 원자재값 폭등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연말까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수익성은 되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주요 식품기업의 국내 식품 부문 영업이익이 개선된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품 가격을 올릴 때 원재료·부대 비용의 가파른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영향이라는 게 관련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만큼 추가 가격 인상 보다는 글로벌 사업 확대 등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식품기업 5곳의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식품 부문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평균 1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의 올 1~3분기 누적 국내 식품 부문 매출액은 4조49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97억원으로 전년 동기(3288억원)보다 2.8% 줄었다.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8.4%에서 7.1%로 1.3%포인트 감소했다.

다른 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상(001680)의 국내 식품·소재 부문 매출액은 3조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258억원으로 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4.1%로 1.2%포인트 축소됐다. 동원F&B(049770)의 국내 식품부문 매출액은 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4%나 쪼그라들었고, 농심(004370)풀무원(017810)의 영업이익도 각각 1.6%, 0.6% 줄었다.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전후인데 농심과 풀무원은 이에 못 미치는 2~3%대 수준이었다.

업계는 올 들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코로나 이후 크게 오른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 원·달러 환율 급상승 등 ‘트리플 악재’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식품기업은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가격 인상 카드로 대응해왔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을 비롯해 참기름, 주요 비비고 제품을 인상했고 동원 F&B는 참치, 대상은 김치와 장류, 풀무원은 두부값 등을 올렸다. 농심도 24년 만에 올 2분기 국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자 라면·스낵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원재료 및 부대비용 폭등세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게 식품업계의 해명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국제 곡물 시세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2년 전에 비해 최대 두 배 이상 오를 정도로 급등했고, 이를 원가에 반영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30% 이상 올려야 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요청도 있었고,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최소한으로 가격을 올렸기에 영업이익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도 “현재 국제 곡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지만 수입단가에 반영되려면 몇 개월의 시차가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원가 부담이 크다”며 “게다가 소비재 업종은 4분기에 인건비 및 각종 비용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전체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초까지는 업계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식품업계의 이 같은 하소연에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서민들의 가계 사정이 악화된 탓에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전가 한다고 비판한다. 정부 역시 여론의 눈치를 보며 기업만 압박하고 있다. 이에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식품기업들이 해외 사업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올 1~3분기 해외식품 영업이익은 2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38.8% 상승했다. 해외 부문 성장 덕에 국내 부진을 만회했다. 대상, 농심, 풀무원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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