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현학파' 이끈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사회약자 포용 강조한 경제학자
소득주도성장 단초 제공 비판도

한국의 대표적 진보 원로 경제학자인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95)가 별세했다.

변 교수는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났다. 경성중학교를 졸업하고, 1945년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입학했다. 28세 때인 1955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선 변 교수는 1992년까지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는 제자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인간 중심의 경제학을 가르치며 소득 재분배와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학계에서 분배를 강조한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포항제철(현 포스코) 설립에 반대하고 경제 발전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로, 오히려 양극화를 키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는 4·19혁명의 불씨를 되살린 4·25 교수단 시위에 참가했고, 1980년에는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민주화 시위에 앞장서다 강단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1982년 자신의 아호를 따 설립한 ‘학현연구실(현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은 이른바 ‘학현학파’의 산실이 됐다. 학현학파는 그의 경제이론을 따르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학현학파는 서강학파·조순학파 등과 함께 한국 경제학계 3대 학파 중 하나로 불린다.

학현학파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활약한 대표적인 학현학파다.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신욱 전 통계청장,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도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분향소는 서울대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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