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찾아온 '춘제 대이동'… 중국이 떨고있다
농촌 고령자 많고 의료도 부실
"中, 농촌 코로나 확산 겁내"
일일 확진자 발표도 중단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후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는 중국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춘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2년간 엄격한 이동 제한 때문에 고향 방문을 미뤘던 도시 거주자들이 올해는 상당수 귀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에 국한됐던 코로나19 확산세가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으로 번지면 사망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내년 중국의 공식 춘제 연휴 기간은 음력 섣달그믐날부터 1월 6일(양력 1월 21~27일)까지다. 기업별로는 춘제 연휴에 2주 이상 쉬는 곳도 있어 빠르면 1월 둘째주부터 고향을 찾아 떠나는 '대이동'이 시작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수억 명이 귀향을 준비하면서 대도시를 휩쓴 코로나19 감염 물결이 소도시와 농촌 지역을 압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날 등 중국 여행 플랫폼에서는 내년 춘제 귀향인구를 2019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춘제 여행의 목적지인 농촌 지역에 고령인구가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도시는 15.8%지만, 농촌은 23.8%로 높다. 도시 지역보다 기저질환을 보유한 사람도 많다. 춘제를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면 의료 시스템이 낙후된 농촌에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날 위험성이 커진다. 인터넷상에서는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위원장이 "농촌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하고 많은 노인들이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명절 기간에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회자되고 있다.
고령층 백신 접종도 당국의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80세 이상 고령층 중 2차 접종을 하고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지난 11월 기준 전체의 40.4%에 그친다.
당장 눈앞에 '감염 파고'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도 설 연휴 이후 환자 폭증을 우려했다. 궈완선 허난성 보건위원회 부국장은 약 1억명의 허난 주민 중 42%가 농촌 지역에 거주한다면서 "지금은 농촌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더디지만, 다가오는 연휴 기간에 더 많은 지역이 급격한 환자 증가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CMP는 허난시의 한 마을 발열 클리닉 환자 수가 이전의 10배인 200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중앙정부는 지난 16일 농촌 지역에 전염병 통제·의료 서비스를 우선 확충하라고 지방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농촌 지역에서는 의료인력을 충원하기 쉽지 않아 환자가 몰릴 경우 의료 서비스 병목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보건당국자들은 도시 지역에서도 춘제가 시작되는 다음달까지는 확진자가 확산 일로를 걸을 것으로 봤다.
산둥성 칭다오 위생건강위원회는 인구가 약 1000만명인 칭다오에서 하루 49만~53만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온다며 추후 감염자가 10%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방역 컨트롤타워인 위건위 통계에서는 지난 23일 기준 산둥성 전체 감염 건수가 31건에 그친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통계에 엇박자가 나자 위건위는 25일부터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 통계 발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지역별로 방역 완화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베이징, 저장성, 충칭, 안후이성 등에 이어 상하이시도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만 7일간 재택격리를 한 후 출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3년간 사실상 차단했던 홍콩과 중국 본토 간 이동도 재개된다. 홍콩 당국은 춘제 전인 다음달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이동 가능한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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