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직통(直通)하고 있습니까?
다이소·마뗑킴의 성공사례
고객니즈 찾는 직통이 비결
독단적 경영은 빠르게 망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산업은 냉혹하다.
소비자는 왕이다. 그런데 그 왕이 수억 명이다. 더 좋은 제품이 매일 쏟아지니 왕이 변덕도 심하다.
미디어와 SNS의 정보도 홍수다. 이런 업종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대화를 나눈 기업인 중 1944년생의 소매업 거상 박정부 회장과 1992년생 루키 패션기업인 김다인 대표가 있다. 나이는 반세기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 모두 B2C 업종에서 잡초처럼 시작한 강자들이다.
박 회장은 균일가숍 '다이소' 창업자다. 1997년에 창업해 작년엔 2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다이소는 일명 '1000원 숍'으로 불린다.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파는 유통 끝단의 소매업이다.
김다인 대표는 패션기업 '마뗑킴' 창업자다. 재작년 50억원이던 매출을 2년 만에 500억원으로 불렸다. 내년 매출을 1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올해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라 불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마뗑킴은 2015년에 30만원으로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 파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패션을 공부한 적도 없다. 자본력도 경험도 판매망도 없었다. 패션업계 거물들도 돌풍의 비결을 궁금해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고객과 속도감 있는 소통이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 헤비유저다. 고객이 댓글을 달면 반영해서 제품을 내는 데 2주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예를 들어 "버클백 가방 주머니가 작아 아이폰 신제품이 안 들어가요"라는 글이 올라오면 2주 만에 바꿔 내놓는다. "런던백 가죽버전 다시 안 오나요"라는 댓글에 추가 생산을 하는 식이다.
인스타는 김 대표가 고객과 함께 패션을 소재로 노는 공간이다. 폴로어는 18만명이 넘는다. 고객들이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그 자체가 기획이다. 고객 니즈를 반영해 상품을 만드니 재고도 별로 없다. 최근 '마뗑킴 언더웨어'도 내놨는데 고객들이 먼저 요청한 것이다.
물론 회사가 커지면 비즈니스 모델도 변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그러나 "고객들과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그가 파는 상품은 단순한 옷, 가방, 모자라기보다 콘텐츠다. 회사 직원은 30명뿐인데 공장도 매장도 필요 없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 가능한 셈이다.
김 대표보다 나이가 48세 많은 박 회장은 국내 소매업 역사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았고 새해엔 팔순이다. 그런데 지금도 1500개에 이르는 전국 매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상품 고안에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박 회장이 창업할 때는 SNS가 없었다. 그는 "고객 자신조차 미처 몰랐던 욕구를 먼저 찾아내 만족시켜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일이 취미여서 1년 365일을 즐기면서 산다"면서도 "아직도 편히 자는 날이 많지 않다"고 했다. 처절하리만큼 근면했던 이유는 고객 니즈를 찾는 절박감이었다.
기업가의 성공엔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앞서가는 기업가도 있다. 박 회장이 창업한 시대가 그랬다. 통찰을 가진 기업가들이 매일 고객 니즈를 찾아 고뇌를 거듭하며 사투를 벌였다.
그런데 이젠 전 세계가 0.1초 만에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다. 상품을 사는 고객이 스스로 필요한 걸 말하고 SNS에선 집단지성까지 발휘된다.
기업가의 덕목이 '통찰(insight)'보다 '소통(communication)'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적어도 B2C산업에선 말이다.
여전히 고객·직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독단하는 기업가도 꽤 된다. 전망컨대, 상품은 안 팔리고 직원은 떠날 것이다. 0.1초 만에 모두 알아채는 시대라서다.
팔순의 박 회장이 여전히 매장을 찾는 건 고객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김 대표의 SNS 역시 보조수단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업의 본질'이다.
[김선걸 부국장·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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