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겨울 서정
허연 기자(praha@mk.co.kr) 2022. 12. 25. 17:39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고정희 作 '겨울사랑'
때로는 기억이 사람을 버티게 해준다. 따뜻한 한 번의 감촉과 눈길 때문에 평생을 기다리기도 한다.
어느 겨울날 작은 산장에서 모닥불과 함께했던 추억이 평생을 지켜나갈 따스함으로 남듯이 말이다.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고 추억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추억의 힘으로 추위와 적막함을 버틴다.
겨울은 사색의 계절이다.
아쉽게 지나쳐버린 것들을 기억하며 새롭게 찾아올 봄날을 침착한 마음으로 기다려 볼 일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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