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승리하는 길

2022. 12. 25.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니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2040년까지 니켈 수요가 20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니켈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39%가량 상승했고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니켈 재고량은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의 약 38%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인니)는 세계 1위 생산국이자 부존국으로 2020년부터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주석, 보크사이트의 부존량은 각각 세계 3위, 6위로 이를 포함한 주요 광물에 대해서도 원광 수출을 내년부터 제한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G20과 B20 정상회의가 지난 11월 13~16일 발리에서 개최됐다. 한국·인니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이 인니 니켈협회와 투자, 개발 정보 공유, 공동 탐사와 광해 복구 등의 협력을 위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세계 자원시장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광물 소비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원자재법(RMA) 등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고 자원 부국은 신(新)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인니는 호주·캐나다 등 주요 니켈 생산국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니켈 기구 설립을 제안하며 공급망 통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이 배터리·전기차·전자정보 등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자원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급망 채널 확보를 위한 자원 부국과의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하고, 개발·가공 등에 이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상호 간 자원 산업 밸류체인을 강화해야 한다.

인니가 원광 수출을 제한한 것은 광물을 수출하는 1차 산업보다 제련·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2차 제조산업을 육성해 하방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크다. 특히 니켈 원광 수출 금지는 전기차 산업 성장에 따른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을 내다본 조치다.

원광 수출 제한으로 광산이 제련소 보유 기업에 흡수되거나 광산업체가 제련소를 건설하는 형태로 정·제련 가공 분야가 강화되고 있다. 니켈 광석은 황화광과 산화광으로 구분되는데 인니 니켈은 대부분 산화광이다. 산화광에서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을 추출하려면 습식 제련인 'HPAL(High Pressure Acid Leaching)' 공정이 필요하다. 2006년 KOMIR는 암바토비 프로젝트에 진출해 HPAL 공정으로 고순도 니켈을 성공적으로 상업생산하고 있다.

KOMIR는 인니 니켈광 사업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고 유망 사업은 직접 탐사해 이양할 계획이다. 인니 진출 기업에는 탐사·개발에서 폐광 복구까지 광업 전(全) 주기에 걸친 노하우를 지원할 예정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서식하는 심해 아귀는 번식 시기에 수컷이 암컷 몸의 피부·혈관과 융합해 한몸이 된다. 생존을 위해 번식 방법이 진화한 것이다. 급변하는 자원시장도 마찬가지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첨단산업 분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하나가 돼 자원 부국과 상생하는 진일보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한국과 인니 간 협력을 통해 국내 제련기업이 인니로 진출하고 인니는 하방산업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새로운 협력체계는 소리 없는 자원전쟁에서 자리를 다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황규연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