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알뜰폰 자생력 기르려면
알뜰폰 가입자 수가 1200만명을 넘으면서 2012년 도입 이래 크게 성장했다. 다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알뜰폰 업계에는 한계가 있다. 자생력이 없다는 것이다.
총 76개 알뜰폰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고, 그나마 인지도 있는 사업자는 가입자가 30만명대에 불과하다. 국민 5000만명을 가정해도 각 사 점유율은 1%도 안 된다. 그 결과 통신사 요금제를 그대로 딴 '단순 재판매'만 하고 있는 게 국내 알뜰폰 업계 실정이다.
알뜰폰이 자생력을 기르려면 가입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 알뜰폰 산업이 연 15조원 규모까지 커진 미국의 경우 수백만~수천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사업자들이 몇 곳 있다. 예를 들어 월 30달러에 5G·LTE 무제한 요금제를 서비스해 국내 출장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민트모바일은 2016년 설립됐지만 벌써 가입자 2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미국 통신사 AT&T 자회사인 크리켓와이어리스는 가입자가 1300만명을 넘었다. 이들 업체는 적게는 연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2조원까지 매출을 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설비투자·독자요금제 개설 등에 나서고 가입자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우리도 알뜰폰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연 23조원 규모다. 알뜰폰 산업은 이 중 1조원에 불과하다. 알뜰폰 산업 규모를 2조원대로 키우면서 주요 사업자 5곳 정도만(연간 매출액 평균 약 4000억원) 남기는 형식으로 정책 목표를 잡으면 어떨까? 업체당 가입자가 250만~300만명(현재 알뜰폰 1위 KT엠모바일 가입자 122만명)이 되면 충분히 알뜰폰 업체도 자생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도매대가(알뜰폰 업체가 이통 3사에 내는 대가) 일부 구간만 찔끔 인하하는 기존 정책을 반복한 정부의 태도는 아쉽다. 정부가 계속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차라리 알뜰폰 업계의 숙원인 LTE 11GB 도매대가를 낮춰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10년 후엔 도매대가 인하와 같은 의무 제공은 없다고 기한을 못 박는 게 어떨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번에 "알뜰폰 업계 인수·합병을 기대한다"고만 밝혔는데 보다 적극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나현준 디지털테크부 rhj777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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