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 현실에…의대 정원 확대 여론 불붙나
대형 종합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소청과)의 응급·입원 진료가 잇따라 축소되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 수준으로 의사 인력이 공급될 경우 2035년에는 수요 대비 의사가 2만7000명 넘게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보면 향후 수요 대비 의사 인력 공급 부족 규모가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분석으로, 대부분 진료 영역에서 활동할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료과 계열별로는 소청과를 비롯해 내과, 신경과 등을 포함한 내과계 의사의 인력 부족 규모가 1만42명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외과·정형외과·산부인과 등을 포함한 외과계는 8857명, 마취통증의학·병리학 등 지원계는 7450명 부족해지고, 일반의는 132명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과 중 별도로 분류된 예방의학과만 유일하게 150명 초과 공급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예방의학과를 제외하고 모든 진료계열에서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미래 의료수요 대비 활동의사 인력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14.7% 증가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지원율 급감으로 서울의 소위 ‘빅5 병원’조차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현실과 맞물려 보건당국의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지속된 저출생의 영향으로 소청과 전공의가 줄면서 비수도권은 물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마저 진료를 축소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위시해 의사 정원 확대를 통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은 “의사 수의 절대적 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중론”이라며 “의사 부족으로 필수·중증의료 분야를 비롯해 공공의료기관 의사 부족, 지역별 공급 불균형 등 여러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정부는 의대 정원을 10년에 걸쳐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의료계의 집단휴진과 국가고시 응시 거부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의료계와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되면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내에서는 필수의료 지원 강화 기조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의 변화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언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2년 전 떠올랐던 쟁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의사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안정화 추세를 감안해 조기에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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