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한파 뒤에 고용한파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에 본의 아니게 경영전문대학원 수업을 오전 9시에 진행하게 됐다. 학교로 향하는 길, 지난 날 내린 눈으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게 느껴졌다. 우리 대학은 온·오프라인 병행수업이 이뤄지는 관계로 평소보다 적은 학생들이 강의실에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온풍기를 1시간 이상 가동해도 좀처럼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입학시험 시에 예비학생들에게 나눠주던 핫팩을 불출해서 손을 녹이며 강의를 시작했다. 필자로서도 크리스마스이브날 하루 종일 수업을 함께할 것이라 생각은 못했지만 매서운 한파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직장인 학생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생각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이브 당일 오후에 사흘간 호남과 제주, 충남을 중심으로 내려진 대설특보는 모두 해제됐으나,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대설 및 한파로 발생한 피해 조사를 실시하고, 생활 공간에 대한 제설 작업, 취약시설 안전조치,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점검을 지시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일회성 수당 지급과 돌봄으로만 해결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먼저 고용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실제 경험한 바 있고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 구직을 위한 소득 지원 안전망 요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실업자들에게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고용서비스를 통한 채용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고용서비스 분야 재정 투입 비율은 0.04%로, OECD 평균인 0.13%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가와 같이 직접일자리 창출과 창업장려금에 대한 지출이 높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취약계층의 자립과 기업의 고용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실업자 사회안전망 및 고용서비스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정책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의무화하는 상호의무 원칙과 활성화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독일은 이미 실업수당 수급자의 적극적 구직 활동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법률에 명시했고, 핀란드도 실업자 조기 취업을 위한 1대1 밀착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고의로 구직 활동에 소홀한 수급자를 제재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소기업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구인 애로 대처 방안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수출이 감소하고 금리 인상의 부담으로 내수경기가 하락해 국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반기에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완화되고 경기 부양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시장 불안정과 통화긴축이 장기화되면 경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롯데, 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경기 불황으로 가동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용을 줄이고 희망퇴직을 늘리고 있다. 한파가 닥쳤을 때 취약계층의 건강에 대한 대책 수립이 중요하듯이 2023년에 다가올 고용한파에 대비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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