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재벌집’, 종반이 수상하다[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2. 12.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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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사진 JTBC



근 몇 년 동안 한 번이라도 시청률 20%의 선을 넘어본 작품은 손에 꼽는다. 올해도 비슷했다.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 선에 접근했고, KBS2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30% 후반을 기록했지만, 주말극이라는 특수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2022년 연말 다시 한번 화제작으로 등극한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11회가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기준으로 20%를 넘긴 이후 13회에 22%, 14회가 24%를 넘겼다. 24일 방송된 15회는 25%의 벽도 넘겼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를 처음부터 계속 봐온 시청자 특히 원작 웹툰을 봐온 시청자들에게서 나오는 원성도 커지고 있다. 크게 개연성, 여성 캐릭터 그리고 세계관의 혼란 등이 꼽힌다.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 한 장면. 사진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산경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김병관 그림, JP 글의 웹툰 그리고 드라마까지 각색된 세계관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가로 설정된 순양그룹에서 원래 재벌가의 하수인으로 일하던 윤현우(송중기)가 그룹의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기 직전 순양가의 막내손자 진도준으로 깨어나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다.

원작에서 공개된 아역분량 대부분을 드라마에서 삭제하고 진도준의 청년 부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이유는 기업물의 장점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이 드라마의 재미 대부분은 재벌가의 승계전쟁에서 승리를 다짐하는 주인공의 행보에 있었다.

거기에 회귀물의 특징을 이용해 인생 2회차에 나선 주인공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각종 사건사고를 자신의 기업가치 상승에 적극적으로 이용해 나머지 재벌가 경쟁자들을 누르는 전개에 집중했다. 작품을 보는 여느 시청자든 자신을 진도준에 이입해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했다.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 한 장면. 사진 JTBC



게다가 다소 초반부터 개연성의 문제는 있었지만, 배우들의 호연이 이를 덮었다. 특히 진양철 회장 역 이성민의 연기는 발군이었는데 욕심과 의심, 변심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냉철한 사업가의 면모를 보이는 모습에서부터 섬망 증상이 와 불안해하는 노년의 망가짐까지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진영기(윤제문), 진동기(조한철), 진화영(김신록), 진성준(김남희), 모현민(박지현) 등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종반에 들어 진양철 회장이 사망하자 극의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단 진도준이 이렇다 할 세력도 없이 지분싸움과 검찰의 수사 등을 무마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진양철 회장의 수족이었던 이항재(정희태)의 변심에도 이렇다 할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 15회 주요 장면.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쳐



무엇보다 서민영(신현빈), 모현민, 김신록 등 여성 캐릭터들의 쓰임이 헐거웠다. 서민영과 진도준의 멜로라인은, 일반적이라면 극의 인기를 올려야 하지만 오히려 긴장감을 끊으면서 극과 겉돌았다. 거기다 초반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던 모현민의 실종 그리고 역대급 손해를 끼치고도 자리를 유지하는 진화영의 존재 등도 의구심을 남겼다.

그리고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이 진도준과 전생의 윤현우, 평행세계에 있어야 할 동일인물이 같은 세계에 존재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심지어 15회 진도준의 자동차 사고에 윤현우가 개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혼란은 더했다. 각색을 통해 단지 기업물이 아니라 빈부의 차,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로 극이 서사의 덩치를 키우면서 본래 기업물로서의 재미가 사라졌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는 인기는 있었지만 용두사미식의 전개로 결국 열혈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케이스가 부지기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의 종반이 수상하다. 일단 원작이 진행 중인 이유로 원작과는 다른 의미로, 창조적인 결말이 필요하다. 과연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에 걸맞은 결말을 일궈낼 수 있을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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