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 상위 5개 중 3개 '이재명표 예산'···실세들은 지역구 챙겨

이승배 기자 2022. 12. 25.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 '밀실 예산'···巨野 폭주에 쪽지예산 구태 반복
지역화폐 등 野 요구로 막판 추가
상임위원회 패싱에 '깜깜이 심사'
"수정안 도깨비처럼 등장, 국회 모독"
정우택 부의장 정부안보다 316억↑
유상범 172억 등 친윤계 의원 증액
민주당선 윤관석 506억 예산 확보
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 통과 뒤 산회가 선포되자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경제]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21대 국회는 나쁜 전례를 양산한 최악의 국회로 남게 됐다. 몰아닥친 경제 한파에도 정치권은 ‘경찰국 예산’ ‘지역화폐 예산’ 등 명분 싸움에 몰두했고 그 결과는 주고받기식의 흥정으로 귀결됐다. 법적 시한을 3주 이상 어겼음에도 내실 있는 심사는 오간 데 없고 밀실 합의의 퇴행만 강화됐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쪽지 예산 행태는 어김없이 되풀이되며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야의 폭주···野, 핵심 사업 대거 증액=25일 국회·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예산안에서 정부안 대비 300억 원 이상 늘어난 비교육 세부 사업(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편성으로 인한 증액 제외)은 총 19개로 증액 상위 5개 중 3개는 더불어민주당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액 폭이 가장 컸던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공공전세 임대주택 예산으로 정부안보다 6630억 원 늘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사업도 3525억 원이 추가돼 두 번째로 규모가 컸고 노인 일자리 관련 예산은 922억 원이 늘어 5위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이재명표 예산’이다.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배치돼 편성되지 않았지만 의석 과반을 점유한 거대 야당의 요구에 막판에 추가됐다.

예산뿐 아니라 세법에서도 새 정부의 경제 청사진은 퇴행했다. 야당의 초부자 감세 프레임에 막혀 법인세는 모든 구간 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정부는 매출 3000억 원 미만 기업은 과세표준 5억 원까지 특례세율(10%)을 적용하려 했지만 이 또한 불발됐다.

◇쟁점은 죄다 밀실로···상임위마저 패싱=예산안과 세법 개정의 쟁점들이 밀실에 떠맡겨지는 구태는 더욱 강화됐다.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넘겨받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법정 활동 기간(11월 30일) 내 감액 심사조차 완료하지 못하고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개 협의체 ‘소소위’에 논의를 미뤘다.

세법을 심사하는 기획재정위원회도 스스로의 권위를 부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법정 시한을 열흘가량 앞두고 뒤늦게 가동됐음에도 사회적 경제3법 상정 여부를 두고 다투느라 쟁점인 법인세·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은 손도 못 댔다. 기재위 의원들은 협상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도깨비처럼 등장해 국회를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배진교 의원은 “대체 무슨 내용이 심사되고 있는 것인지 저를 포함한 국회 예결특위 위원뿐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대다수 의원님 모두 예산 심사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은 졸속 처리 비판에 직면했다. 기획재정부의 세수 추계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내리는 대신 모든 구간을 1%포인트 인하하기로 여야가 합의를 봤지만 국세 수입 예산 금액은 변동이 없다”며 “안이하게 세입 추계를 한다”고 지적했다.

◇지각에도 지역용 쪽지 예산 타협은 반복=지각 처리에도 의원들은 쪽지 예산을 통해 지역 예산은 알뜰하게 챙겨갔다. 국회가 증액한 내년 예산 3조 9000억 원 중 1조 5000억 원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지역에 투입된다. 태풍 피해지 및 농·산·어촌 지원 강화 등이 포함되지만 도로·철도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쓰이는 지역 현안 대응(1조 4000억 원)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충북 청주 상당구를 지역구로 둔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정부안보다 316억 원을 늘리며 파워를 과시했다.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각각 하수관로 정비(25억 원),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23억 원)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고 유상범 의원(172억 원)과 정점식 의원(79억 원) 등도 지역 예산을 크게 늘렸다.

민주당 중진들도 실속을 챙겼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총 506억 원을 예산으로 확보했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위성곤 의원은 7개 사업을 새로 편성했고 김교흥 의원은 지하철 청라 연장선 관련 예산 70억 원을 증액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경북의 도담·영천 복선 사업의 불용액이 쌓여 있음에도 증액된 점을 거론하며 “사회적 필요가 아닌 정치적 배분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