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장벽 여전"… 다주택자들 시큰둥
보증금 반환용 대출 안돼
세입자 보증금도 못돌려줘
'최대 6%' 취득세율도 부담
"10년간 팔지도 못하는데
정권 바뀌면 또 바뀔라" 불안
전 정권에서 사실상 '폐기'됐던 임대사업자 제도가 부활한다. 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매입형 등록임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유도해서 추락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의도인데, 정작 다주택자들 반응은 '냉담'하다. 혜택은 적고 규제는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등록임대사업자 개편안은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도 등록임대를 허용해주는 게 골자다. 현재는 단기(4년) 임대는 없고, 아파트는 신규 임대 등록이 안되고, 다세대주택 등에 한해 장기(10년) 임대만 가능하다. 그런데 앞으로는 등록임대 대상을 아파트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공시가격 기준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의 등록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5년 이상 장기 임대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수도권은 9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도 세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곧 발의해 제도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락가락한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다. 임대사업자는 전 정권에서 등록을 장려하다가 집값이 오르자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혜택이 축소되고 사실상 폐지됐다. 임대사업자 자격과 혜택을 잃은 사람들은 종부세 폭탄을 맞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임대사업자 김 모씨는 "정권이 바뀌면 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혜택을 다 축소하고 세금 폭탄을 때릴 것"이라면서 "임대사업 등록을 할 때 약속한 혜택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못 바꾼다는 확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주택 거래의 주체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추가로 주택을 매수하기에는 취득세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조정지역 내 2주택은 8%, 조정지역 내 3주택 이상은 12%였던 취득세를 3주택 이상 4%, 4주택 이상(조정지역 내 3주택) 6%로 절반으로 낮췄다. 취득세 중과를 없앤 것이 아니라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요즘처럼 하락기에 6% 취득세를 내고 임대사업 등록을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임대사업자 중에는 원룸이나 투룸 다세대를 임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세대는 주택 1채로 보는 다가구와 달리 개별 실을 1주택으로 본다. 임대사업자들은 다세대도 취득세를 계산할 때 1주택으로 봐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이번 취득세 중과는 여전히 주택 수 기준으로 돼 있어 다세대 원룸을 여러 채 가지면 취득세 중과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사업자 박 모씨는 "취득세 중과 폐지를 기대했는데 '찔끔' 완화한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 임대사업자들은 소형 여러 채를 운영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6% 취득세가 붙으면 아무도 안 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이 여전히 막혀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세가가 떨어지면서 심각해진 역전세난에 임대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전 지역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임대사업자들은 대출이 안 나와 전세보증금 반환에 애를 먹고 있다.
임대사업자 양 모씨는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을 지키면서 임대했더니 이제는 갑작스러운 세입자의 퇴거 통보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다"면서 "대출은 안 나오고 지켜야 할 규제는 많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임대사업자 혜택은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다. 그러나 이를 받으려면 최소 8년 이상(혹은 15년 이상) 임대 기간을 지켜야 한다.
임대기간에 지켜야 하는 의무는 많다. 계약 때마다 직전 금액의 5%를 초과해서 임대료를 올릴 수 없으며 계약 변경과 최초 등록 등 변동이 있을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한다. 부기 등기 의무도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소유권등기에 '임대주택'이라는 부기 등기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500만원이다. 또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다주택자 최 모씨는 "올해 전세보증보험을 들고 부기 등기까지 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임대료는 못 올리는데 법을 안 지키면 과태료를 맞는다고 하고, 10년간 팔지도 못한다고 하고 임대사업자를 했다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다주택자를 거래 주체로 끌어들이고 싶다는데, 저렇게 규제만 한가득이면 누가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뻔할거라 예상했는데”...‘재벌집 막내아들’ 3단계 성공방정식 [홍키자의 빅테크] - 매일경
- “이 값엔 못 팔아”...아파트 증여 강남 아닌 이곳서 가장 많았다 - 매일경제
- 7년만에 적자 충격 마이크론...“삼전·하이닉스 남 얘기 아냐” - 매일경제
- “꼬박꼬박 국민연금 낸 우린 뭔가”…기초연금 인상에 뿔난 서민들 왜? - 매일경제
- 사법리스크 커진 李, ‘文心 끌어안기’ 나선다 - 매일경제
- 韓관광객 1순위 日, 日관광객 1순위는 어디? - 매일경제
- 대장암 투병 펠레 위독...“하룻밤만 더” 딸의 애절한 호소 - 매일경제
- 대형마트 휴업 첫발 뗀 ‘보수’ 이명박...“전통시장은 내 마음의 고향” [대통령의 연설] - 매
- 감성샷엔 케이크 대신 이것…호텔도 푹 빠진 슈톨렌 뭐길래 - 매일경제
- 수영 괴물의 루마니아도 인정 “황선우가 라이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