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 ‘부차 학살’ 범인 일부 확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 최악의 만행으로 꼽히는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 지역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범인 일부를 확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지난 3월 말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이후 8개월 동안 머물며 주민 인터뷰, CCTV 영상, 러시아 병사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우크라이나 당국 수사 기록을 분석해 야블룬스카 거리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분 단위로 재구성했다.
NYT는 이를 토대로 아르티움 고로딜로프 당시 러시아군 중령이 지휘하는 제234 공습연대 소속 공수부대원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제234 공습연대는 러시아 서부 프스코프시에 기지를 두고 있으며, 러시아군 내에서도 최고의 훈련과 장비를 갖춘 부대로 꼽힌다.
NYT는 234연대가 학살에 개입한 증거로 군장비와 제복 배지, 군수품 상자 포장 전표, 통화기록 등을 제시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3월 한 달 동안 부차에서 러시아로 걸려 온 모든 통화기록을 입수해 수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인터뷰 내용 등과 대조한 결과, 해당 부대원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NYT는 야블룬스카 거리에서 민간인 학살은 키이우로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 중 하나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신문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교전, 혹은 오인 총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은 없었으며, 일부 남성은 우크라이나군과 연루됐다는 혐의로 체포돼 처형됐다고 설명했다.
NYT는 234연대 낙하산 부대가 사용한 호출 부호를 확인하는 문서와 234연대에서 복무했던 병사 2명과 인터뷰를 통해 해당 작전 지휘관은 고로딜로프 당시 중령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고로딜로프는 민간인 학살 이후인 4월 대령으로 진급했다.
신문은 야블룬스카 거리에서 숨진 36명의 민간인 남녀의 신원도 공개하고 이들이 모두 총상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은 국제 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될 수 있고, 인도주의 법에 따르면 ‘전쟁범죄’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앞서 지난 8월 부차에서 총 458명의 민간인이 총상과 방화, 고문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에서 부차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와 미국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 고로딜로프 대령 모두 NYT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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