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피로·좌절…‘월드컵 후유증’이 EPL 후반전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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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떠나있는 동안 저도 열심히 했어요. 가끔 좀 지루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은 빨리 가더군요."
조국 노르웨이의 월드컵 유럽예선 탈락으로 카타르에 가지 못한 홀란드는 6주 동안 축구를 쉬었다.
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친 아스널은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승점 5점 차로 앞서 있지만 월드컵 기간 공격의 핵 가브리에우 제주스(25·브라질)를 부상으로 잃었다.
다만 소속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 시간을 보면 아스널(1699분)이 맨시티(4628분)보다 절반 이상 적어 피로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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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떠나있는 동안 저도 열심히 했어요. 가끔 좀 지루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은 빨리 가더군요.”
지난 18일 공개된 <스카이스포츠>의 광고 영상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드(22)가 독백한다. 조국 노르웨이의 월드컵 유럽예선 탈락으로 카타르에 가지 못한 홀란드는 6주 동안 축구를 쉬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반기 득점 중독자처럼 골을 넣어댔던 (리그 13경기 18골) 그는 영상 속에서 홀로 축구장을 거닐며 잔디를 깎거나 동료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메시지를 남기며 시간을 때운다.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뜬다. “홀란드는 경기를 원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의 결승전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프리미어리그가 돌아온다. 첫 순서는 한국시각으로 26일 밤 9시30분에 열리는 브렌트퍼드와 토트넘 홋스퍼의 17라운드 경기다. 겨울 휴식기를 갖는 독일 분데스리가(내년 1월21일 재개)는 물론, 이탈리아 세리에A(1월4일), 스페인 라리가(12월30일), 프랑스 리그1(12월28일)에 비해서도 가장 이른 복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특수로 버는 돈만큼을 매 시즌 쓸어 담는 프리미어리그가 특상품인 ‘박싱 데이’(크리스마스 시즌 경기)를 놓칠 수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월드컵 후유증’이다. 유럽 리그 시즌을 한 달 넘게 중단하고 치러진 겨울 월드컵을 거치면서 온갖 변수들이 무작위로 뒤섞여 고스란히 각 구단에 돌아왔다. 카타르에서 격정적이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복귀한 선수들의 피로와 부상, 성취와 좌절이 모두 후반기 활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홀란드나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흐(30·이집트)같은 강팀들의 에이스는 모처럼 긴 휴식을 취했고, 1월 겨울 이적시장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춥고 습한 잉글랜드의 겨울은 격랑에 놓여 있다.
우승 경쟁부터 안갯속이다. 리그 1위로 전반기를 마친 아스널은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승점 5점 차로 앞서 있지만 월드컵 기간 공격의 핵 가브리에우 제주스(25·브라질)를 부상으로 잃었다. 조별리그 카메룬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수술을 받은 그는 3개월 가량 결장이 유력하다. 반면 추격자 맨시티의 ‘축구가 고팠던’ 홀란드는 이미 23일 리그컵 경기에서 골 맛을 보며 예열을 마쳤다. 선두 아스널의 불안이 크다. 다만 소속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 시간을 보면 아스널(1699분)이 맨시티(4628분)보다 절반 이상 적어 피로도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정신적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4위 자리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 중인 토트넘에는 월드컵 우승팀의 주전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아르헨티나)나 12년 만의 ‘원정 16강’을 일군 한국의 손흥민처럼 성취감에 들뜬 선수도 있지만, 프랑스와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탈락의 빌미를 제공한 해리 케인(잉글랜드)이나 크로아티아에 무너지며 이변의 희생양이 된 브라질의 히샤를리송처럼 마음을 다친 선수도 있다. 이들의 아픔을 추스르는 일이 토트넘 경기력의 변수다.
월드컵에서의 활약상이 선수들의 입지를 바꿔놓을지도 볼거리다. 라힘 스털링(잉글랜드)은 대회 중 선발에서 밀려났고 카이 하베르츠(독일)는 부진 끝에 녹슨 전차의 몰락을 감내해야 했다. 이에 반해 모로코의 하킴 지예시는 아프리카팀 첫 4강이라는 위엄을 달성했다. 셋은 모두 첼시(8위) 선수다. 아울러 우승팀 아르헨티나의 수훈 선수인 알렉시스 맥알리스터(브라이턴)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빌라)처럼 상종가를 올린 선수들은 올 겨울 ‘빅 클럽’으로 도약을 꿈꿀 법 하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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