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SSG의 역대급 우승, 그리고 ‘용진이 형’이 남긴 것[2022년 결산]
SSG 랜더스는 구단명처럼, KBO리그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뒤 두번째 시즌, 성적과 구단 이미지 구축에 있어 1년 내내 리그 화제의 중심을 끌어 갈 정도였다.
SSG는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라는 용어를 프로야구에 최초로 끌고 왔다. 마무리를 수 차례 바꾸고도 안정되지 않는 불펜 대혼란 속에서도 ‘원투펀치’ 김광현, 윌머 폰트와 그 외 넘치는 선발 자원, 리그 최다 홈런 파워를 앞세워 끝까지 1위를 지켜냈다. 아주 분명한 약점을 안고 있어도 강점이 압도적이면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SSG의 우승이 보여줬다.
우승하려면 투자해야 한다는 명확한 진리도 SSG의 우승을 통해 확인했다. 2년차의 SSG는 미국에서 돌아온 에이스를 되찾으며 ‘역대 최고액’ 명분을 살려주기 위해 151억원 계약을 하고, 비FA 대형 계약을 줄줄이 내놓고, 선수단 라커룸을 대공사 했다. SK 소속이던 선수들을 SSG 선수들로 만드는 데 가장 공들였다. 쉴 새 없이 커피를 내놓고 야구와 연계한 마트 행사 등으로 모그룹 계열사를 적극적으로 노출시켜 마케팅에서도 성공, 짧은 시간에 SK 팬들도 SSG 팬으로 흡수했다.
구단주의 열정이 올시즌 SSG의 행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김택진 NC 구단주가 2020년 우승 당시 집행검을 들고 처음 등장해 일으켰던 선풍을 SSG는 정용진 구단주의 잦은 등장을 통해 열풍으로 만들었다. 통합우승의 기쁨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선수단과 구단주가 함께 챔피언 깃발을 흔들고 팬들이 ‘용진이 형’을 외치던 모습은 올해 SSG가 만든 ‘구단주 야구’의 긍정적인 상징이었다.
그러나 SSG는 역대 어느 우승 팀보다 빨리 우승의 기운이 식어버린 팀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우승 한 달 만에 갑자기 단장이 사퇴하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SSG 그룹과 기존 SK 출신 프런트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구단주와 친분으로 야구단 업무에 간섭해왔다는 외부 인사의 존재에 ‘비선실세’ 의혹까지 터졌지만 SSG는 오히려 관련된 인물을 ‘소문대로’ 단장에 선임하는 강행 인사로 답했다. 팬심은 이 이상징후에 요동을 쳤다.
40년 된 KBO리그는 프로스포츠 중에서도 유수의 재벌 기업들이 집중 참여해 구성하고 있다. 히어로즈가 그 전통을 깨고 발 들일 때 심한 반대가 있었고, ‘게임회사’ NC가 합류할 때도 걱정의 시선이 있었지만 SSG가 인수한다고 했을 때는 모두가 환영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정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SSG의 움직임은 잠자고 있던 ‘구단주 야구’까지 깨웠다. 그동안 전면에는 나서지 않던 구단주들도 올해는 야구장을 찾고 선수 영입이나 감독 선임 작업에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SSG를 보는 팬들과 야구계의 눈은 크게 달라졌다. SSG는 입성 당시 받은 기대대로 차곡차곡 우승길을 장식했지만 우승 이후 순식간에 재벌 구단주 야구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소통이라 착각하지 말라”는 구단주의 선언에 팬들은 뒷통수를 맞았다. 2년 내내 굳이 자신의 SNS를 통해 물으면 답해주고 ‘형’이라 불리기를 즐기던 구단주는 정작 가장 소통해야 할 때, 성의있는 설명 대신 팬들과 자신을 다른 세계로 분리했다.
어쩌면 2022년 SSG는 선수단보다 구단주가 더 주목받은 최초의 팀이다. 리그에 미친 영향이 이미 상당하다. 평화가 깨진 SSG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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