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식양도세 가족합산 폐지

내년부터 개인별 과세로 전환
금투세 유예로 15만 개미 면세

연합뉴스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개미'는 구했지만 '큰손'을 잃은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인 '대주주' 요건이 현행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자로 유지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라는 악재는 남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대주주 요건 산정시 배우자나 부모·자식 등 가족 지분을 합산해 계산하는 기타 주주 합산 규정은 폐지될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3일 밤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상임위 논의와 원내지도부 협상을 통해 마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부터 예정이었던 5000만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오는 2025년 1월 1일로 2년 연기된다.

기타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체계도 2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특히 채권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대로 계속 비과세(이자소득은 과세)가 적용된다.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과세가 유지된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과세 역시 2025년까지 2년간 미뤄진다.

금투세 과세 대상이었던 15만 '개미'들 입장에선 한시름 놓게 된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했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종목당 100억원) 방안은 무산됐다.

현행법상 대주주 기준은 상장주식 보유금액 10억원(또는 지분율 1~4%)이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25% 양도세를 부과한다. 주식을 양도할 때 차익의 20%·25%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 기준을 종목당 100억원으로 올려 고액 투자자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고 이른바 '큰손 투자자' 신규자금 유입을 유도해 주식 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이는 양도세 회피 물량 매도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간 연말 증시에선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당해연도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인 직전 사업연도 말까지 대량 투매가 반복돼왔다. 올해는 특히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어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과세 대상자는 증시 폐장일 전날인 28일 주식 보유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전날인 27일까지 주식을 매도해 종목당 주식 보유액을 10억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개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개인의 매도로도 흔들리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양도세 부과 대상 확정일인 2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6조8700억원 이상 팔아치웠다.

지난해에는 증시 활황장을 마무리 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출회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통상 연말에는 양도세 회피 물량 던지기 현상을 반영하며 항상 변동성을 커진 바 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한 주(19~23일) 동안에도 이미 9500억원 가까이 순매도 하고 있다.

삼성증권 신승진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로 과세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10억원 대주주 요건 유지로 27일까지 개별 종목 양도세 회피 물량 출회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고 내년 경기침체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3일 2313.69로 마감했다. 작년 폐장일 코스피 지수 종가(2977.65)와 비교하면 22% 이상 낮은 수준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선호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연말 랠리 기대감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윤희·신하연기자 st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