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美제작사에 투자 …'엔터'로 새 동력 찾는다
'배틀그라운드'와 시너지 주목
게임 불확실성에 대안 찾기
게임·엔터 합종연횡 추세 따라
인기 게임, 드라마·영화 제작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크래프톤이 컴퓨터그래픽(CG)과 연출 플랫폼에 특화된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최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래프톤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콘텐츠, 가상세계(VR) 등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와 사업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의 세계적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지식재산권(IP) 사업 확장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25일 벤처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달 중순 미국 엔터 기술 기업 '트리오스코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자체 제작 스튜디오와 기술 플랫폼 등을 보유한 회사다. 특히 라이브 액션과 CG를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엔터' 기술을 보유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소니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크래프톤 측은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밝히기 어렵다"면서 "세계적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오스코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더 리버레이터' 제작사로 할리우드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재감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트리오스코프 스튜디오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로토스코핑 분야에서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이 1인칭 슈팅 게임(FPS) 장르에서 핵심 IP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제작 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리오스코프와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의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된다. 2017년 출시된 배틀로열 장르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의 가장 강력한 IP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 중 하나로, PC·콘솔 누적 판매량이 7500만장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누적 가입자 10억명 이상을 끌어모았고, 인도 등지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40%가 내려받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 3년 연속으로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 IP에 오르기도 했다. 크래프톤 매출의 94%(올 상반기 기준)가 해외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단일 게임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크래프톤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원 히트 원더' 염려를 씻어내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IP 확장'이다. 이미 전 세계에 팬덤을 확보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웹툰, 웹소설, 숏필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비교 대상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제시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5억달러(약 6420억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톤은 M&A 실탄만 3조원 가까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IPO 과정에서 자금의 70%가량을 M&A에 쓰겠다고 공언했고,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업 등 시너지가 나는 분야를 투자 검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엔 크래프톤뿐 아니라 여러 게임사와 엔터 회사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져 이들의 경계가 흐릿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 거액을 투자하고 전 세계 인재를 영입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인기 게임을 드라마, 영화, 웹툰 등으로 제작하며 자체 IP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TV 등 콘텐츠 분야로 사업 범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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