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현학파' 이끈 진보 경제학 거목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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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원로 진보 경제학자인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서울사회경제연구소 명예 이사장)가 25일 별세했다.
훗날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확대ㆍ개편된 이곳은 그의 경제 철학을 따르는 제자들을 일컫는 '학현학파'의 요람이자 구심점이 됐다.
지난 정부에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연이어 맡은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와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복영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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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원로 진보 경제학자인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서울사회경제연구소 명예 이사장)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배움의 언덕’을 뜻하는 학현(學峴)이라는 아호로 잘 알려진 그는 1927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상대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28세이던 1955년부터 모교 강단에 섰다. 이후 1992년 정년퇴임까지 37년간 학술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50년대 당시 생소했던 경제수학과 통계학, 수리경제학, 계량경제학을 도입해 가르친 학자로도 유명하다. 한국경제론, 경제발전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경제학도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는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경구를 항상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2019년 펴낸 회고록 ‘학현일지’에서도 마셜의 말을 빌려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평생 인간 존중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경제학을 주창했고, 고도 성장보다 소득 재분배와 균형적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행동하는 지성’으로도 기억된다. 그는 1960년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4ㆍ25 교수단 시위에 참여해 4ㆍ19 혁명 불씨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교수단 평가회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나고 있다”며 부작용을 지적한 일화도 유명하다.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았을 땐 시국선언에 앞장섰다가 강단에서 쫓겨났다.
해직 시절인 1982년 ‘학현연구실’을 세워 후학들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연구를 계속했다. 훗날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확대ㆍ개편된 이곳은 그의 경제 철학을 따르는 제자들을 일컫는 ‘학현학파’의 요람이자 구심점이 됐다. 학현학파는 서강학파, 조순학파와 나란히 한국 경제학계의 3대 학파로 꼽힌다.
학현학파 출신 학자들은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에서 주요 보직에 중용돼 경제정책에 관여했다. 지난 정부에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연이어 맡은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와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복영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변 교수 본인은 숱한 공직 제의를 모두 사양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 아들 기홍씨, 딸 기원ㆍ기혜씨 등이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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