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퇴행성 뇌질환 치료 실마리 풀릴까

2022. 12.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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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완성된 '휴먼 게놈 프로젝트', 그리고 2016년에 개시된 '인간 세포 지도 프로젝트'.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신체 탐구가 세포 단위로 진입하면서 의료계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단일세포 리보핵산(RNA)시퀀싱과 같은 분석 기술이 개발되면서 세포 형태나 조직에 집중하는 기존 연구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포가 가진 수많은 유전자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세포가 변화하는 방향과 속도를 측정해 발병의 원인 파악뿐 아니라 예측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질병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 같은 접근을 통해 가장 많은 성과를 이룬 분야는 항암제 개발이다. 상대적으로 병변 부위 조직을 채취하기 용이한 암은 현대 과학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됐다. 다각적인 분석을 위해 필요한 기본 준비물은 바로 병변 부위의 조직이다. 병변 부위 조직을 채취하고 그 안에서 변형된 세포와 유전자를 분석해 이를 정상 세포와 비교하는 것이 질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다.

반면 퇴행성 뇌질환은 환자의 인지능력이나 운동기능 저하 정도를 의사가 문진·관찰해 진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조직 샘플 채취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연구할 수 있는 샘플 자원이 극히 적은 실정이다. 이러한 연구 자원의 한계는 유독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선 의미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뇌은행을 운영하며 사후 기증된 뇌를 수집·분석하는 등 신경병리학적 진단 연구를 해왔다. 국내에서도 1·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통해 뇌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대략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 외 뇌세포로 이뤄져 있다. 각 세포의 복잡한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한다. 이에 각 세포의 유기적인 관계를 분석해 질병의 진행 방향과 악화 속도 등을 조기에 예측하는 것이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뇌세포와 이들 간 연결망을 이해하고자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시작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는 올해 10월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으로 연장돼 퇴행성 뇌질환 치료의 근본적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이 관련 연구에 뛰어들고 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접목되면서 폭발적인 양적·질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수많은 유전자 서열 정보 중 의미 있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내고 해당 부분을 더 깊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구현은 매우 중요하다. 유전체 서열 분석 효율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유전체 분석에 소요되는 1인당 비용과 기간은 2015년 약 1000달러에 한 달이나 걸리던 것이 현재는 약 200달러에 24시간으로 줄었다. 조만간 100달러까지 비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유전자 데이터 기술 영역이 유전자 서열 분석의 효율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유전자 정보를 해석하고 의미 있는 타깃을 발굴하는 분석 알고리즘 개발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뇌은행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충분한 뇌조직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전자 분석에 적합한 양질의 뇌조직 샘플은 더 귀하다. 따라서 뇌세포 분석에 최적화된 정밀하고 효율적인 분석법을 개발해 한정적인 자원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캐내려는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뇌세포 빅데이터가 차근차근 구축되고 있으므로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도 항암제 분야에서 보였던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의 난제인 퇴행성 뇌질환, 그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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