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경찰엔 용서 없다’…아르헨티나, 46년 전 반인권범죄 경찰에 징역 15년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 시절 반정부 인사들을 납치하고 고문하는 등 반인권범죄를 저지른 전직 경찰관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르헨티나 통신사 텔람 등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연방법원은 1976년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학생 운동가를 납치해서 고문하고 실종시킨 혐의로 마리오 산도발(69)에게 지난 21일(현지시간) 징역 15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직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시민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박탈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마리오 산도발은 1976~1983년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 시절 수백명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탄압하고 고문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는 1976년 10월 경찰에게 강제로 경찰에 끌려간 뒤 실종된 대학생 에르난 아브리아타의 사건만 다뤄졌다.
산도발은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시절 구금과 고문 등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비밀 감옥 에스마에서 활동했다. 당시 군사 정권에 반대하는 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에스마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되며 겨우 100명 정도만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에스마로 붙잡혀 온 사람들은 심문과 고문을 당했고, 많은 수감자들이 항공기에서 바다로 던져져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은 산도발이 에스마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고문관 중 한명이라고 증언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그는 금속 침대 프레임에 수감자들을 묶고 전기로 고문해 ‘그릴드 스테이크’(Grilled Steak·스테이크 구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산도발은 군부 정권이 무너진 지 2년 후인 1985년 아르헨티나를 떠나 프랑스로 도피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국방 및 안보 컨설턴트로 일한 후 대학 강사로 활동해왔다. 이후 오랜 법적 절차 끝에 2019년 아르헨티나로 송환되어 재판을 받게 됐다.
산도발은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아브리아타 가족의 고통에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하지만, 나는 당시 그의 집에 찾아가 체포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 재판으로 내 자유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정의를 위한 매우 긴 시간이었다”며 “유가족은 납치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인권부 장관 오라시오 코르티는 “이번 판결은 모든 곳에서 계속해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1983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를 비롯한 군인들이 번갈아 집권하며 군부 통치를 했다. 이 기간 중 약 3000여명이 사형되고 3만명이 실종됐다. 아르헨티나는 민주화 이후 ‘실종자 진상규명 국가위원회’를 만들어 군부가 저지른 각종 범죄를 조사했고, 현재까지도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2006년 사면법 폐지로 독재정권의 주요 인물에 대한 기소가 재개된 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지금도 500여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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