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무조건 사라" 증권사 또 장밋빛 전망

이윤희 2022. 12. 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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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확실성에도 '낙관'만
IBK증권 최고 '2800'까지 예상
투자의견 매수 일색… 매도 '0'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광풍 속에서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하락했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선 여전히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삼천피(코스피 3000선)' 회복을 언급해 온 증권사 보고서들이 무색하게도 코스피지수는 연일 연저점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내년에도 경기침체 등으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증권사가 내놓는 전망은 여전히 과도하게 낙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하향 전망하고 수출 감소와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새해 전망은 밝기만 하다.

증권사별로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2000∼2650 △NH투자증권 2200∼2750 △하나증권 2050∼2550 △메리츠증권 2100∼2600 △신한투자증권 2000∼2600 △대신증권 2050∼2640 △IBK투자증권 2000∼2800 △현대차증권 2050∼2570 △교보증권 2200∼2650 △유진투자증권 2300∼2700 △SK증권 2000∼2450 등이다. 국내 증권사중 내년 코스피지수 하단을 2000선 밑으로 전망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말에도 올해 코스피지수를 전망하면서 목표지수로 3000선 이상을 잡았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지수를 3600선으로, 신한금융투자·현대차증권은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 상단을 3500선으로 각각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변동 폭으로 2800∼3400을 내놨다.

그러나 연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의 긴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증시는 하락세를 탔다. 증권사들도 3∼4월 중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 하단을 2500대로 낮췄다. 코스피는 증권가 예상 범위보다 더 하락해 6월 2400선을 내줬고, 7월에는 2300선마저 무너졌다. 이어 증권사들도 하반기 전망에서는 코스피 하단을 2050∼2200대로 하향 조정했다.

코스피가 9월 연저점(2134.77)을 찍었지만 증권사들이 발간한 기업 분석 보고서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과거 1년간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외 증권사 47곳 중 삼성 등 국내 증권사 30곳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CLSA(24.0%), 메릴린치(23.3%), 모건스탠리(17.3%), 골드만삭스(15.6%), 도이치증권(14.3%), JP모건(12.8%), 크레디트스위스(10.3%), 맥쿼리증권(10.0%) 등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1.1%), DB금융투자(0.7%), 다올투자증권(0.6%)만이 매도 의견 보고서를 냈다.

지난 2015년부터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시행해왔다. 증권사들은 보고서에 '시장수익률 하회', '비중축소' 등의 용어를 쓰더라도 '매수', '중립', '매도' 중 한 가지를 함께 표시해야 하고, 이를 금투협은 공시한다. 하지만 매도 의견은 그 이후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숏(매도)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가 적은데다 증권사와 기업 고객과의 관계,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문제 등 때문에 이런 관행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 보고서에선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매도' 의 신호라고 하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증권사 전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자자들은 증권사 의견이 항상 맞지도 항상 틀리지도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종 주가 전망보다는 왜 이런 결론을 주장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투자 판단과 비교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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