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군인사 동향 파악”

군인권센터, 기무사 문건 공개…“업무범위 밖”
“수신자는 한민구 전 장관”…사실 확인 안 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군방첩사령부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가 5년 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의 군 인사 관련 동향을 파악해 국방부 장관에 보고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문건 3건을 확보했다며 기무사가 19대 대선 무렵 이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문건들은 군인권센터가 지난 7월 기무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무사로부터 받은 10개 문건 중 일부다.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 2017년 3월 3일 ‘문재인의 문민 국방부 장관 고려 가능성 회자’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때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 약 일주일 전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문건에는 “(국방부 장관에) 문민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현 안보 상황과 캠프 내 예비역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문민 장관을 임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는 내용이 적혔다.

또 예비역 출신을 임명한 뒤 2기 내각 구성 때 문민 장관으로 교체할 것이란 전망도 담겼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7년 4월 14일에는 ‘황기철 제독 4월 말 문재인 지지 선언 예정설’ 문건이 작성됐다.

이 문건에는 “황 제독이 최근 송영무 더불어민주당 안보특위 위원장 소개로 문재인 후보와 두 차례 독대하고 캠프에 합류했다”며 “문재인 캠프에서는 세월호 숨은 영웅이자 백의종군 이순신으로 불리는 황 제독 지지 선언은 100만 표 이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청와대 보고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황 제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회환을 언급하며 강하게 비난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문재인 캠프는 문건이 작성된 지 19일 뒤인 2017년 5월 3일 황 제독의 캠프 합류를 밝혔다. 황 제독은 하루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를 선언했다.

세 번째 문건은 ‘문재인 후보 당선 시 전인범 장군 재기용 소문’이다. 대선을 11일을 앞뒀던 2017년 4월 28일 작성된 문건이다.

여기에는 국내의 한 언론사 기자 실명과 함께 기자가 ‘말실수로 문재인 캠프에서 자진 하차한 전인범 장군이 문 후보 당선 시 재기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전 장군이 주요 직책에 발탁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용도 폐기될 것이라고 평가한다’는 부연도 포함됐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문 후보 캠프 합류 소식은 지난 2017년 2월 알려졌다. 그러나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그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캠프를 떠났다.

군인권센터는 이와 관련, “군 인사 관련 내용이라고 해도 기무사가 대선 후보 캠프 동향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무사 문서관리대장에 쓰인 이들 세 문건의 수신처는 국방부 장관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이다. 실제로 문건들이 당시 한 장관에게 보고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는 또 국방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사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의 장이 국군방첩사령부에 정보 수집과 작성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