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난에 지친 이들을 기억하자"… 탐욕·권력욕 경고한 교황

박양수 2022. 12. 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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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전쟁에 지친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자"고 전 세계에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과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과 함께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탐욕과 권력욕이 넘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까지도 소비하고 싶어할 정도"라고 한탄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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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성탄 전야 미사 강론
신자 7000여명 광장 가득메워
"낙담말고 용기를 내자"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바티칸미디어=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성탄 전야 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바티칸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전쟁에 지친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자"고 전 세계에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과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과 함께한 성탄 전야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탐욕과 권력욕이 넘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까지도 소비하고 싶어할 정도"라고 한탄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참석 인원이 제한됐던 2020∼2021년과 달리 올해 성탄 전야 미사에는 약 7000명의 신자들이 성베드로 대성전을 가득 메웠다. 약 4000명의 신자들은 성베드로 광장에서 야외 스크린으로 성탄 전야 미사를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와 권력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과 형제, 자매까지도 소비한다"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전쟁을 보았는가. 그리고 오늘날에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경멸 섞인 취급을 받고 있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전쟁의 잔혹성과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략을 비난했지만, 이날 성탄 전야 미사에선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은 약자들을 돌아볼 것을 촉구하고, 사람들에게 낙담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교황은 "항상 그렇듯이 이러한 탐욕의 주요 희생자는 약자와 취약계층"이라며 "돈과 권력, 쾌락에 굶주린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려움, 체념, 낙담에 지배되지 말자"며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한 뒤 "예수는 가난했다. 그러니 권력에 굶주리지 말자. 삶에서 진정한 부는 돈과 권력이 아니라 관계와 사람들에게서 온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선이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라고 외치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좋은 일을 하자"고 촉구했다.

교황은 지난 14일 수요 일반 알현에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파티를 여는 것은 좋지만 선물 지출을 줄여서 절약한 돈을 도움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내자"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성탄 전야 미사는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거행됐다. 통상 성탄 전야 미사는 자정에 열리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야간 통행 금지령으로 인해 교황청은 성탄 전야 미사를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올해 코로나19 관련 규제 조치가 대부분 해제됐지만, 교황청은 2020~2021년 때와 같이 올해도 오후 7시 30분부터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했다.

한편 AP 통신과 BBC 방송 등 해외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탄 전야 미사 소식과 함께 모처럼 신자들로 붐빈 베들레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첫 성탄절을 맞은 찰스 영국 국왕 모습 등을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에선 3년 만에 수천 명의 신자가 모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대주교가 이끄는 수백 명의 신자는 이날 정오 예루살렘에서 출발해 오후에 아기 예수 탄생지 위에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 탄생 기념 교회에 도착해 성탄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피자발라 대주교는 "우리가 몹시 어려운 도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성탄이 주는 메시지는 바로 평화"라며 "우리는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찰스 국왕이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첫 성탄절을 맞아 윈저성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발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 성탄 메시지에서 "바통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성탄 메시지 방송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1957년 이후 처음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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