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19대 대선 앞두고 ‘문재인 측 군 인사 동향’ 국방부 장관 보고 정황

이홍근 기자 2022. 12. 25. 16: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 기무사 상대 소송 통해 확인
비공개 문건 중에는 안철수·홍석현 자료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 청와대 보고문건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무사가 ‘안보·보수단체’ 조성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원 기자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군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정황이 25일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기무사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벌여 확보한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7월 기무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황기철 제독 4월 말 문재인 지지선언 예정설’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황 제독, 최근 송영무 민주당 안보특위위원장 소개로 문재인 후보와 두 차례 독대 후 캠프에 합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2017년 4월14일 작성됐다. 황 제독의 대선 캠프 합류 사실이 공개된 것은 그로부터 19일 뒤인 5월3일이었다.

기무사는 문건에 “문 후보 캠프는 세월호 숨은 영웅, 백의종군 이순신 등으로 불리는 황 제독의 지지 선언은 100만표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황 제독에게 선거 2주 전인 4월경 극적인 타이밍을 잡아 기자회견 형식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도록 요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황 제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 3월3일 기무사가 작성한 ‘문재인의 문민 국방장관 고려 가능성 회자’ 문건도 공개했다. 문건은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 일주일 전 작성됐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청와대 장·차관, 4대 사정기관 인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소문이 유포됐다”면서 “현재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없으나 문민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현 안보 상황과 캠프 내 예비역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문민장관을 임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고 했다.

기무사는 특정 언론사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문 후보 당선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다시 기용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전 전 특전사령관은 민주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가 전두환 옹호 논란이 일자 캠프를 떠난 상태였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문서관리대장에 적힌 해당 문건들의 수신처가 국방부 장관이라고 했다. 이 시기 국방부 장관은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부터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을 통해 기무사에서 확보한 문건들을 공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에 35건의 문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중 법원 결정으로 10건이 공개된 상태다.

공개되지 않은 문건들 중에는 ‘최근 안철수 캠프 내부 분위기’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향후 행보 전망’ ‘예비역 장성 정치활동 동정’ 등이 있다. 법원은 해당 문건들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허락하지 않았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홍 회장 문건 등은 기무사가 명백히 민긴인 뒤를 따라다닌 정황이 담긴 문건”이라면서 “개인정보를 사찰해서 만든 문건인데 개인정보가 있어서 공개가 어렵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의 장이 국군방첩사령부에 정보 수집과 작성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