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사람 태우다 버려진 말…'도담이'가 숨졌다
지난 8월 말, 무더운 여름 끝자락이었다. 동물자유연대에 제보가 들어왔다. 폭염과 폭우에 말 네 마리가 방치돼 있다고 했다. 장소는 충남 부여의 한 폐축사였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본, 말들 상태는 참혹했다. 서 있는 것도 힘들만큼 깡마른 말. 다리를 저는 말. 엉덩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말. 환경은 더 열악했다. 말들이 걸을 곳마저 마땅찮을 정도로 철조망과 못 등 폐자재가 널려 있었다.
이들은 퇴역한 뒤 버려진 걸로 보였다. 20살 전후 나이였다. 아마도 버려지기 전까진 죽도록 달렸거나, 사람을 태우고 빙글빙글 돌아야만 했을…녹록지 않은 삶이였던 걸로 보였다.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건, 매일 험한 길을 뚫고 물과 당근을 먹인, 어느 선한 제보자 덕분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응급 진료를 했다. 이후 제주에 있는 보호 시설에 보낼 예정이었다. 넷 중 상태가 안 좋았던 말 두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두 마리 말은 13시간을 버텨 충남에서 제주까지 갔다.
말들은 제주에 무사히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 신선한 풀을 먹고, 깨끗한 물을 마셨다. 갈증과 굶주림도 더는 없고, 쓸모 없어 버려진 삶도 끝이었다. 이름도 지어주었다. 앞으로의 생이 반짝이길 바라는 의미의 '별밤'과, 탈 없이 건강히 잘 놀고 지내란 순우리말의 '도담'이었다. 그리 행복할 일만 남은듯 했다.
12월 초엔 결국 염증이 다리까지 번졌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수의사는 "다리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통증도 느낄 거라는 비관적인 진단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고통을 겪을 도담이를, 편안히 보내주기로 했다. 인도적 절차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했다.
제주 보호시설에서 지낸 시간은 불과 4개월 정도로 짧았다. 그렇지만 꽤 행복한 일상이었단다. 좋아하던 당근도 먹었고, 애정 어린 손길의 빗질도 받고, 따사로운 제주 가을 햇살과 시원한 바람도 실컷 느꼈다고.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도담아, 안녕.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너를 잊지 않을게."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몸에 무리가 가도록 경기장을 질주한다. 하루종일 사람을 태운 채 승마장을 빙글빙글 돈다. 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늙거나 건강이 나빠진 말은 고통스럽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경주마 등 이들 말에 대한 안전, 행복, 복지에 대한 걸 생각해달라고. 그게 숨진 도담이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말의 평균 수명은 25~30년 정도. 하지만 경주마 은퇴 시기는 2~4살에 불과하다. 동물자유연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퇴역 경주마 중 50%가 도축됐고, 40%는 승용, 번식용으로 전환됐고, 10%는 용도가 불분명했다. 교육이나 보호 기회를 박탈당한 채 절반 정도가 도축됐다.
승용마로 전환된 뒤에도, 열악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동물자유연대는 "일부 열악한 승마장은 먹이 공급이 충분치 않고 하루종일 사람을 태우고 혹사당한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말 산업을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 생애에 걸친 말 복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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