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개발 어렵다고? 게임의 '뒤와 끝'은 우리가 책임질게 [게임연구소]
"요즘 개발자가 귀하다 하는데, 서버개발자는 그중에서도 정말 귀해요. 서버개발은 경험이 필요해서 배운다고 체득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1인 게임개발자가 개발 단계에서 만나는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서버(백엔드) 개발이다. 서버개발자를 구하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중소개발사도 서비스 중인 게임마다 서버개발자 한두 명을 두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1인 개발자나 중소개발사의 게임서버 개발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트업 에이에프아이(AFI)가 제공하는 게임서버 개발 B2B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 '뒤끝(Backnd)'이다. 2018년 서비스를 론칭한 뒤끝은 로그인부터 채팅, 멀티플레이 자동매치, 결제, 게임 내 경제와 보상 등 게임에 필요한 서버 기능들을 제공한다. 전문적인 서버개발자 없이도 사용량에 따른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손쉽게 게임서버 개발이 가능하다. 이런 편의성 덕분에 이번 달 기준 뒤끝의 누적 가입 개발사는 벌써 3,000곳을 넘어섰다. 누적 게임 유저 수는 5,700만 명에 달한다.
21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뒤끝을 개발한 권오현 AFI 대표를 만나 게임의 끝, 백엔드를 담당하는 뒤끝을 개발한 계기부터 그가 전망하는 뒤끝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게임개발자 그만두고 창업했더니... 5년 수익이 0원?
권 대표는 원래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잘 나가는 게임개발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게임 업계에 몸담게 됐다.
업계에서 게임개발에만 전념했다면 개발자로서 승승장구했으련만, 그는 입사 3년 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게임개발의 현실이 그가 꿈꾸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란다. 당시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등장과 함께 부분결제 방식이 도입되면서 게임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해가던 시기였다. 권 대표는 "게임 기획 단계에서 어떤 게임을 만들지보다 몇 명이 얼마나 결제를 해야 비즈니스 모델부터 구상했다"며 "게임업계라는 게 들어오기 전 꿈꿨던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그렇게 창업을 결심한 그가 마음에 맞는 동료 3명과 합심해 2013년 차린 회사가 바로 AFI였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다른 창업자들이 그랬듯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게임업계에 질려 다양한 앱 서비스 개발에 나섰지만 자전거 서비스 앱 등이 모두 '폭망'했다. 5년 동안 AFI가 개발한 서비스를 통해 거둔 매출은 '0원'이었다.
권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우리가 필요한 것,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면 팔릴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큰 오산이었다"며 "5년간의 실패를 통해,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선 '세상이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뒤끝 만든 계기... 외주개발하다 우연히 발견한 기회
그러던 그가 뒤끝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생계' 때문이었다. 5년 동안 수익이 없었으니, 새로운 사업 기획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 외주작업을 통해 돈을 벌었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발견한 것이었다.
권 대표는 "앱을 만들 때마다 서버개발을 해야하는데, 매번 비슷한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렇게 수요가 많은 서비스라면, 이걸 사업 모델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뒤끝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년 간의 개발 기간을 통해 탄생한 뒤끝은 한마디로 이런 외주작업이나 자체적으로 서버개발자를 고용할 필요 없이도 게임서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서버는 게임을 만들 때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주춧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등 게임 유저 관리부터 인앱 결제, 플레이어간 채팅과 실시간 PvP 매치메이킹까지. 온라인 게임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이 모두 게임서버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하는 힐링 게임 '포레스트 아일랜드', 방치형 로봇 RPG 게임 '그란젠카',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 '30일' 등이 뒤끝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뒤끝은 서비스를 사용한 만큼 이용료를 지불하는 종량제 방식이라 비용 부담도 적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권 대표는 "보통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 6개월이 걸리는데, 3,000만 원 이상의 서버개발자 인건비를 뒤끝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뒤끝의 주 이용 고객은 20명 이하의 소규모 개발사다. 하지만 향후 트리플A 게임(많은 판매고를 예상하는 대작 게임)을 만드는 대형 게임사도 뒤끝을 이용하게 만들거라는 것이 권 대표의 포부다. 권 대표는 "과거에는 각 게임사마다 자체 게임 엔진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그 게임사의 역량을 증명하는 지표였지만, 지금은 대형게임사들도 성능이 확실한 범용 엔진인 유니티 혹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며 "게임서버 영역에서도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버를 아웃소싱하는 점진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구글·MS가 경쟁자
뒤끝은 이제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지역에 리전(데이터센터)를 오픈해 2,200억 달러(약 301조 원)에 이르는 세계 게임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53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 개발자들을 추가 영입하며 내실을 키우고 있다.
물론 탄탄대로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구글의 파이어베이스(Firebase)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플레이팹(Playfab) 등 글로벌 IT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권 대표는 기술력에서만큼은 뒤끝이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는 만큼, 성공을 자신했다. 지난 4년간 수많은 게임개발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뒤끝의 기능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보통 한국을 온라인 게임의 성지라고 한다"며 "그만큼 온라인 게임을 많이 개발하기도 했고 많은 유저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개발자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게임서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뒤끝은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편의성과 기술력으로 네임밸류에서의 약점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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