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와 손잡은 LG전자
터치하면 말로 풀어 설명하는
음성 기능 제품에 적용 제안
"기술 발전으로 편해진 만큼
장애인 가전 접근성 높여야"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가(CFA)이자 약 28년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신순규 씨가 최근 LG전자를 방문했다. LG전자가 신씨의 경험을 듣고 가전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신씨를 초대해서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본사에 신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엔 정연채 고객가치혁신부문장(부사장)과 홍성민 ESG실장 등 임직원들이 참여해 2시간가량 신씨와 대화를 나눴다. LG전자의 직원들도 '웹엑스'로 간담회를 실시간 시청했다.
신씨는 기술 발전으로 장애인이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예로 들었다. 시각장애인은 기존에 제품 버튼을 직접 만지며 '촉각'을 학습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 기능이 생기면서 촉각을 학습하기 어려워졌다. 신씨는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 삶이 편리해졌지만 그로 인해 불편함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겐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LG전자에 기술의 편리함에서 소외된 장애인의 불편함을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전에도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터치 기반 음성 기능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듯이 가전에 음성 안내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신씨는 '접근성'을 강화하려면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LG는 다른 기업과 달리 '가치 있는 것'에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는 회사라 생각한다"면서도 "접근성과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게 수익 관점에선 지속하기 어렵지만 이런 가치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면 회사의 핵심 가치, 더 나아가 문화와 고객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또 LG전자가 운영하는 장애인 자문단과 관련해선 "장애인이 자문단에 참여하면 더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며 "애플과 구글에선 시각장애인 개발자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신씨 경험을 바탕으로 가전의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는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씨가 공유한 고객경험 내용을 LG전자 각 본부의 접근성 전략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선보인 공용 점자스티커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모든 가전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점자스티커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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