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950억 등 재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도루묵’

이정훈 2022. 12.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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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기준을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아 '재벌 특혜' 논란을 빚어온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와 '조세정의'를 강조하며 부의 편법 증여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도입·시행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이번 법 개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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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증세법 개정안 결국 통과

내부 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기준을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아 ‘재벌 특혜’ 논란을 빚어온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와 ‘조세정의’를 강조하며 부의 편법 증여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도입·시행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이번 법 개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법인별로 하지 않고 사업부문별로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상증세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제 45조의 3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에는 ‘사업부문별로 회계를 구분하여 기록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사업부문별로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및 세후영업이익 등을 계산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의 경우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부 거래 비중(30% 초과), 총수 일가 지분 비율(3% 이상) 등을 따져 세액을 계산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는 한 회사의 사업부별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도 과세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까지 수출 목적이면 국내 계열사간 거래여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는 쪽으로 관련 시행령을 고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0년 1542억원 등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재벌의 총수 일가에게 매년 약 1천억원가량 과세되던 세금이 대폭 줄 전망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대주주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됐다. 지금까지는 현대모비스 전체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금액을 산정했다. 앞으로는 현대모비스가 모듈·부품사업부문과 에이에스(AS)사업부문의 회계를 구분해서 작성할 경우, 모듈·부품사업부문만을 과세 대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모듈·부품사업부문은 내부 거래 비중이 높지만, 2021년의 경우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에이에스부문(1조9681억원)에 비해 크게 적어 정몽구 부자에게 부여될 과세도 대폭 줄게 된다. 더욱이 현대자동차와 부품 공급 등의 거래도 수출 목적인 경우에는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될 예정이어서, 정몽구 부자는 과세 부담에서 사실상 벗어날 전망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과세 구조.

정부는 3년 전까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2019년 11월18일 열린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당시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법인 전체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며 “한 법인의 영업이익은 여러 사업부문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모인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수출 목적 거래의 국내 거래분을 제외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지배하는 특수관계 회사에게 납품을 몰아주는 등으로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 자체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고,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이런 대기업들이 자녀 회사로 거래처를 전환시킬 수 있는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를 지목해 “거래의 대부분이 최종적으로는 수출용 부품”이라며 “이를 빼고 나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할 이익의 대부분이 다 면세가 되는 그런 실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3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11월2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 (개정안) 발의가 계속 있었고 업계 요구도 지속적으로 제기가 돼 올해 7월에 관련단체 의견 수렴을 해서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도 “개별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좀 구분이 가능하도록 구분경리가 되고 그런 경우에는 사업부문별로 과세를 허용하는 것이 실질과세나 응능과세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실상 재벌총수들 이익을 보장하는 면이 크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 몰아주기를 한 기업이 구분경리를 해야 되는데 그 구분경리를 위한 회계비용은 총수일가 때문에 발생하는 것임에도 그 비용을 소액주주들까지 부담해야 된다는 측면이 있다”고 반대의사를 표했다.

2020년 일감 몰아주기 과세액은 총 1542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정몽구 회장 947억원 등 재벌 총수 일가가 1322억원(85.7%)을 부담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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