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166조원↑`사상 최대`
대출금리 상승·2금융권 자금경색 등 부작용도 속출
올해 주요국 긴축과 원·달러 환율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부동산·주식·코인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된 반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예·적금 금리가 올라 1년새 166조 넘는 자금이 은행에 몰렸다. 예금은행 수신 상품 60% 이상이 4%대 이자를 제공한 영향으로, 5%를 주는 예금도 7%나 됐다. 하지만 은행간 자금 조달 경쟁이 벌어져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자금난이 이어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5대 은행 정기예금 821조1826억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월 22일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 원)과 비교해 1년 사이 166조2467억원이나 불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같은 해 전체 22조5283억원(632조4076억원→2021년 12월 말 654조9359억원) 증가했고, 올해의 경우 증가 폭이 작년의 7배 이상으로 뛰었다.
5대 은행의 지금까지 추세로 미뤄 올해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5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186조608억원(2021년 12월말 778조9710억원→2022년 10월말 965조318억원) 급증했다. 11월과 12월 증가분을 더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고, 사실상 역대 기록이다. 2002년 1월 정기예금 잔액 자체가 221조4459억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그 이전에도 한해 186조 원 이상 불어난 사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같은 자금 쏠림은 은행 예금 이자율이 4%대를 돌파한데다 금리인상기 안전한 투자처로 판단된 영향이다.
한은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절반 이상인 58%(신규취급액 기준)에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7.4%는 심지어 5.0% 이상의 금리로 이자를 받는다.
공개된 통계상 201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4% 이상 금리는 아예 없었고(비중 0%), 올해 1월만 해도 가장 흔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1.5이상∼2.0%미만(54.1%)에 불과했다. 9개월 사이 정기예금의 일반적 금리대가 1%대에서 4%대로 3%포인트(p) 치솟은 셈이다.
◇은행 조달 경쟁에 '대출 금리' 상승 부작용
하지만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역(逆)머니 무브' 현상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준금리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등으로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대출 금리도 따라 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COFIX)를 지표로 삼아 따르는데,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코픽스에는 당연히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되고, 코픽스 구성 요소 가운데 코픽스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따지면 예·적금이 70∼80%에 이른다는 게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의 설명이다.
아울러 은행 정기예금에만 2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집중됐다는 것은, 이 밖에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으로 가는 돈 길은 막혔다는 뜻이다. 최근 자금·신용 경색 사태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예금 금리 인상과 정기 예금 급증이 꼽히는 이유다.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경쟁적으로 6%대 중반에 이르는 예·적금 특판 상품을 내놓자 영업점 앞에 긴 줄이 이어지고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됐는데, 모두 자금난을 겪는 2금융권의 고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일부 지역 상호금융에서는 고금리 특판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가입하자 감당하지 못하고 해지를 호소하는 촌극도 잇따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너무 경쟁적으로 올리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도 아직 예금금리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예금자들은 왜 안 올리냐고 묻는데, 고객과 당국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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