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성탄절 같네" 미사·예배, 도심 인파…산타할아버지에 애틋한 소원도(종합)

이상휼 기자 정진욱 기자 남승렬 기자 허진실 기자 이시우 기자 이수민 기자 2022. 12. 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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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거리두기 없는 성탄절, 경건한 종교행사
놀이공원·쇼핑몰 등선 "크리스마스 분위기 만끽"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12.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국=뉴스1) 이상휼 정진욱 남승렬 허진실 이시우 이수민 기자 = 3년 만에 거리두기 없이 맞이한 성탄절인 25일, 전국 각지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고, 성당과 교회에는 미사와 예배를 나온 신자로 북적였다.

광주에서는 한 어린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할머니한테 패딩을 선물해달라'는 애틋한 사연이 담긴 편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심금을 울렸다.

◇"크리스마스 만끽"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인파 북적

이날 이른 오전부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려는 인파로 붐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인 만큼 관광객들은 호텔 광장에 마련된 대형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성탄절을 즐겼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 16일부터 1층 '플라자'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고 있다. 이 마켓에는 개장한지 4일만에 관광객 10만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의 행사인데, 2700평에 달하는 공간 전체를 크리스마스 트리 등으로 장식했다.

관광객들은 북유럽 산타마을을 연상시키는 '산타빌리지'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 또 호텔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의 하프공연과 피아노 연주회를 진행해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산타클로스·루돌프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에는 기념 촬영을 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크로마 스퀘어에서는 가로 72m에 달하는 대형 화면에 크리스마스 테마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광객 이정학씨(39·경기 시흥)는 "호텔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함께 왔다"며 "최근에 가족 모두 코로나에 또 걸려 고생했는데, 내년에는 모두 건강히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호텔을 찾은 김민지양(10·인천 연수구)은 "엄마·아빠와 대형 트리 밑에서 사진을 촬영해 기분이 좋았다"며 "오늘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아 기분이 최고"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23년 1월 1일까지 '크리스마켓'을 운영한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인근의 한 언덕에서 도민과 관광객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2022.12.25/뉴스1 ⓒ News1 강승남 기자

◇"진짜 성탄절 같네"…3년 만에 맞는 거리두기 없는 미사·예배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되찾은 '대면(對面) 크리스마스'에 도심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파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맞는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성탄절 미사·예배에 시민들은 모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날 오전 대구지역 성당과 교회에서는 아기 예수 탄생을 축복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대성당(계산성당)은 신자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탄미사를 진행했다. 인원 수 제한 없는 성탄절 대면 미사는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진행된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전날 밤에도 계산성당에선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집전으로 성탄대축일 밤 미사가 열려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천주교 신자 권진화씨(43·여)는 "코로나가 계속 유행하고 있지만 올해 성탄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사랑과 희망으로 세상을 보듬어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가득한 것 같다"며 "새해에는 사랑과 희망이 더욱 넘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신교계도 성탄절을 기념하는 예배를 가졌다. 대형 교회는 물론 동네 소규모 교회에서도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뜻을 돌이켜보는 신자들로 붐볐다. 기독교 신자 반모씨(40·여)는 "3년 만에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인원 수 제한도 풀려 이제야 진짜 성탄 분위기가 난다"며 웃으며 반겼다.

낮 기온이 영상권을 점차 회복하자 대구 도심과 놀이공원, 유원지 등은 인파가 크게 몰려 성탄절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시민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동성로 등 도심 거리는 가족과 연인 단위 나들이객으로 넘쳐났으며, 도심 인파 행렬은 이날 낮까지 이어졌다.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에는 성탄 선물 등을 장만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도 저마다 케이크와 선물 꾸러미 등이 들려져 있었다.

도심의 대형 영화관도 간만에 성탄절 특수를 누렸다. 동성로의 한 영화관은 '영웅'과 '아바타: 물의 길' 등 최근 개봉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로 오전부터 북적거렸다.

대구 도심의 앞산과 팔공산에도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 2022.12.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렇게 몰릴 줄은"…성탄전야 대전 번화가 한파에도 북새통

대전 시내 번화가는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거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졌고 화려한 장식들이 거리를 밝게 물들였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단계적으로 ‘권고’, ‘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거리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달랐다.

아이와 함께 거리에 나온 최모씨(37·대전 중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에만 있기 아까워 가족과 밖으로 나왔다”면서 “연말인데다 실내 마스크도 곧 벗는다고 하니 기분이 들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세군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김모씨(22·대전 동구)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기부자가 적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면서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전의 대표적인 빵집인 성심당 본점과 부띠끄의 입구는 기념 케이크와 빵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긴 줄을 섰다는 김모씨(44·대전 동구)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 모여 케이크를 먹는다”면서 “케이크를 반길 가족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수고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흥식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24일 충남 아산 천주교 공세리 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2.12.24/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함께 행복한 세상" 유흥식 추기경, 아산 공세리 성당서 성탄 미사 집전

성탄전야인 지난 24일 오후 8시 충남 아산 공세리성당에서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집전하는 성탄 미사가 열렸다. 영하 7도의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신도들이 일찌감치 성당을 찾아 자리를 메웠다. 성당 밖에서도 수백여 명의 신도들이 TV화면을 통해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휴가를 위해 방한한 유흥식 추기경은 이날 성탄 미사를 집전하며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최근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OECD국가 중 가장 낮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나 자신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유 추기경은 "주는 행복을 모르고서는 행복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도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신 것처럼 우리도 이웃에게 주는 삶을 통해서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광주 서구에 도착한 크리스마스 편지. (광주 서구 제공) 2022.12.25/뉴스1

◇"산타 할아버지, 저보다는 제 할머니께 패딩 선물 부탁합니다"

"몇일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패딩이 오래 되어서 바꿔드리고 싶고…."

광주 서구가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진행하는 '희망플러스 소원성취 프로젝트'에 효심 가득한 사연이 도착했다.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한 '희망플러스 소원성취 프로젝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에게 직접 쓴 사연을 보내면, 구에서 산타가 돼 30만원 이하의 선물을 전해주는 행사다.

매년 대부분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선물인 문구류나 옷, 자전거 등을 적어 보낸다.

올해 도착한 한 아이의 편지는 산타에게 '할머니 선물'을 대신 부탁해 관계자의 심금을 울렸다.

편지에 따르면 올해 11살인 이모 어린이는 며칠 뒤 생신인 할머니의 패딩 선물을 요청했다. 최근 할아버지를 떠나 보낸 할머니에게 외롭지 않은 겨울을 보내게 하기 위함이다.

아이는 "저는 할머니 패딩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한 달 뒤에 생신이시고, 몇일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패딩이 좀 오래 돼서 바꿔드리고 싶고 패딩을 드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입니다"고 적었다.

자신의 가방이 떨어졌음에도 할머니를 먼저 생각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편지 말미에는 "가방 끈이 망가져서 가방도 필요합니다. 가방이 계속 내려가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삼남매를 기르는 부모님과 함께 '고기 파티'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사연도 눈에 띄었다. 6살 아이는 "엄마와 아빠·누나·형아·동생과 같이 고기를 많이 먹고 싶다"며 "고기 굽는 팬을 갖고 싶다"는 사연의 편지를 보냈다.

올해는 사업의 목적성과 환경적 특성, 노력성, 진실성 등을 심사해 총 접수된 111건의 사연 중 93건을 선정했다.

프로젝트 성금은 공동 모금회를 통해 모아졌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아동청소년과 드림스타트팀, 서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종합사회복지관(5개소), 광주시교육청,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동 사례관리 전문 기관(시설) 등이 도움을 보탰다.

서구 관계자는 "뜻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로 93명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며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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