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F i리그] ‘유청소년당구 발전 전도사’ 변신 獨핵물리연구소 출신 박우진 박사
“i리그 1회성 아닌 지속적 관심 가져야”
어려운 물리를 당구에 접목시켜 쉽게 설명
특강으로 학생과 학부모, 당구인식 달라져 보람
‘KBF i리그’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시리즈 다섯 번째로 ‘찾아가는 당구교육 교실’에서 당구와 물리를 합친 강의를 맡고있는 박우진 박사 얘기를 들어봤다. 대전 인천, 광주 등 바쁜 특강일정으로 인터뷰는 전화로 이뤄졌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i리그 ‘찾아가는 당구교육 교실’에서 ‘당구의 물리’ 강의를 맡고있는 박우진입니다. 원자핵물리학 박사로 독일 국립핵물리연구소 수석연구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ALICE실험 모니터링시스템 총책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당구 외 경력이 대단한데, 당구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아버지가 1982년부터 지금까지 당구장을 운영하신다. 어릴 적부터 당구장이 집이었고 항상 당구를 보면서 자랐다. 본격적으로 당구를 치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다. 이후 연구원 생활하면서 미국에서 취미로 쳤고, 독일에서는 독일당구연맹(DBU)에 선수로 등록해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했다. 2008년 독일3쿠션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0년 포르투칼3쿠션월드컵에 출전한 적도 있다.
=독일과 미국 등 외국에서 16년을 지냈다. 당구에 관심이 많았고 유럽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3쿠션월드컵이나 세계3쿠션선수권 등 국제대회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경기를 보러 다니다 보니 한국 선수들과 만남이 많아졌다. 이런 인연으로 세계팀3쿠션챔피언십과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때 한국선수 주무와 통역을 맡았다.
▲i리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i리그에)당구, 물리, 교육이 접목되다 보니 3개 분야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처음 권유를 받았을 때 교육 분야는 관심이 많았고 물리와 당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분야였기에 참여하게 됐다. 거기에 당구미래가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아직 어떤 스포츠 종목에서도 학생들에게 교육과 스포츠를 접목해서 가르친 사례가 없다. i리그는 학생들에게 당구라는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직업으로서 당구선수’를 인식하게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i리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처음 시도하다보니 어떤 방향성으로 잡을지, 대상을 어느 학년으로 해야 할지 등 많은 부분에서 고민이 됐다. 처음에는 중·고등학생을 타겟으로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는 6년의 차이가 있고 그사이에 배우는 수업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당구로 배우는 재미있는 물리’인지 ‘물리로 배우는 당구’인지,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핵심내용이 달라지기에 그 중간에서 교차점을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
▲‘찾아가는 당구교육 교실’에서 당구에 과학을 더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이유는.
=당구를 교과과목에 접목하려면 과학이 제일 적합했고, 그 중에서도 물리가 제일 잘 맞았다. 물리에는 단순한 2차원 평면운동뿐 아니라 심오한 내용이 많다. 이런 내용을 몰라도 당구를 칠 수 있다. 하지만 당구를 통해 과학원리를 학생수준에 맞게 설명한다면 학생들도 물리가 어려운 과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접목할 수 있는 과학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당구 공 움직임, 큐 움직임, 쿠션에 맞았을 때 공 움직임, 관성 등 기본적인 물리 용어를 당구공에 접목해 설명한다. 특히 당구 공 움직임을 수학적 공식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물리를 활용해 설명한다.
분데스리가서 활동…韓선수 국제무대 통역도
=현재까지 3곳이다. 대전 우송중학교, 경기도 부평중학교, 광주 광주전자공고에서 학생을 만났다. 내년에는 각 시·도별로 학교를 선정해서 더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3개학교 강의할 때 학생 반응은 어땠나.
=당구테이블이 있는 학교에서 진행했기에 학생들이 당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 반응들이 좋았다. 학교 선생님들도 물리 수업에서 어려운 수학 공식을 쓰지 않고 쉽게 진행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 내년에 강의해달라는 학교도 있다.
=학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어 학생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차차 눈높이에 맞춰갔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당구라는 종목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된 점이 긍정적이다. 내년에 교재와 커리큘럼 완성도를 좀더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리그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그 동안 이런 시도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당구가 스포츠로 발돋움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당구를 가르치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을 바꾼다는 점에 대해 방향성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 해라서 미흡한 점도 있지만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앞으로 결과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정부 사업으로 기획되고 진행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i리그가 단순히 1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고 좋은 시도이기에 조금 더 응원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우진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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