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몇 개 받았더라?…상복 터진 현대차그룹, 위상 달라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현대차그룹 전동화 모델에 '올해의 차' 등 주요 상이 쏟아졌다. 토요타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빠르게 쫓아가던 '패스트 팔로워'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언이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가 전 세계에서 주요 상을 독차지했다. 상을 받은 곳도 미국·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이었다. 다소 규모가 작은 시장인 캐나다, 호주,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두 차종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출시 후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2021년부터 아이오닉5는 독일 올해의 차, 미국 '세계 올해의 차'를 연이어 수상했고 EV6는 유럽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등을 수상했다. 자국 완성차 산업에 자부심이 강한 국가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의 차 수상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나 폭스바겐, 포드와 비교해도 상품성이 남다르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독일 3대 자동차 매체 중 하나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가 진행한 4개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에서 아이오닉5가 1위, EV6가 2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모델Y는 3위, 포드 머스탱 마하-E는 4위를 기록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바디 △안전성 △컴포트 △파워트레인 △주행거동 △환경 △비용 등 7가지 평가 항목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인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자 200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을 혹평했던 외신의 평가도 180도 바뀌었다. 영국 유력 자동차 매체 탑기어 매거진은 2022 탑기어 어워즈에서 올해의 인기 차량으로 현대차 N비전74를, 올해의 자동차 회사에 기아를 선정했다.
탑기어는 현대차그룹에 그 어느 곳보다도 부정적인 평을 내렸던 곳이다. 2004년 영국 유명 방송인 제레미 클락슨은 '탑기어 BBC'에서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마치 가전제품 만들 듯이 한다"며 "영혼도 열정도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지난 9월 85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탑기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현대차 롤링랩 RN22e와 N비전74 시승 영상에서 탑기어는 "2020년대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의 시대"라며 "현대차가 업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챕터는 굉장히 재미있을 것"이라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호평은 E-GMP 플랫폼의 우수성 덕분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초 400/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350㎾급 초고속 충전, 일반 전력을 차량 배터리에서 빼다 쓸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이 타 제조사가 흉내내지 못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만의 혁신 기능이다.
게다가 전기차 플랫폼 기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기반 전기차 보다 훨씬 가볍다. 가볍기 때문에 더 멀리가고 더 민첩하게 차가 움직인다. 같은 용량의 차량 배터리를 탑재해도 플랫폼 기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기반 전기차의 성능은 차이가 크다.
특히 플랫폼 기반 전기차는 배터리를 하단에 일자로 스케이트 모양으로 깔기 때문에, 차량 크기에 비해 내부 공간이 매우 넉넉해진다. 아이오닉5의 경우 전장은 준중형 SUV 투싼과 비슷하지만, 내부 공간 넓이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수준이다.
판매고로도 이어졌다. 해당 차종 출시부터 올해 11월까지 미국·유럽에서만 E-GMP 기반 전기차가 10만대 이상 판매됐다. 유럽에선 아이오닉5 4만6263대, EV6 3만4304대를 포함해 8만1441대가 팔렸고, 미국에선 아이오닉5 2만1415대 EV6 1만9391대를 합쳐 총 4만2219대가 판매됐다.
다만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차와 기아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다. 올해 수상 이력도 전기차로만 받은 건 GV70 전동화 모델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E-GMP 기반 전기차 GV60은 출시 이후 올해 11월까지 한국, 미국, 유럽을 합쳐 총 8904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 중 가장 빠르게 전동화에 착수하는 브랜드인만큼,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판매량까지 동시에 제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수소차로만 출시하고, 2030년엔 모든 차량 라인업을 전동화 모델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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