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유럽 배터리 생산 개시...K-배터리와의 전면전 '이제부터'
중국 CATL의 첫 해외 생산기지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내수 만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한 CATL의 첫 해외 생산기지다. 에르푸르트 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을 비롯한 북미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북미·유럽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치는 한국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ATL의 에르푸르트 공장은 일부 라인에서 정상적으로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아직 시운전 중인 라인의 정상 가동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에르푸르트 공장 규모는 14GWh(기가와트시)다. 연간 전기차 28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중국에서 축적한 수율 노하우를 얼마나 빠르게 독일 공장에 이식할 수 있는지가 남은 과제다. 마티아스 젠트그라프 CATL 유럽담당 사장은 "이번 생산 개시는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생산 능력 확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장 가동을 계기로 유럽에서 확고한 점유율 우위를 보여온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와 CATL의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선(先) 수주, 후(後) 신·증설' 전략을 펼친다. 2028~2030년까지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2030년 이후다. 배터리 공급난이 지나면 공급과잉 우려가 우려된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가동 예정인 설비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확대될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 고객사와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서다. CATL 신규 공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 납품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CATL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에 100GWh 규모의 유럽 2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앞선 두 회사를 포함해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등에 공급한다. 이들 모두 국내 3사의 핵심 고객사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CATL은 유럽 3공장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기업에게 문턱이 높은 미국 등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JV) 설립 논의를 진행하고, 멕시코에 독자 공장 착공도 서두르는 분위기다. 북미·유럽·중국 등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 모두에 뿌리내릴 방침이다. 중국 정부의 방해로 북미·유럽에 사활을 건 한국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Kearney)에 따르면 2021년 2%에 불과했던 북미·유럽 지역의 배터리 생산점유율은 2026년 18%로 많이 늘어난다. 54%였던 중국의 생산 비중도 58%로 확대된다. 한국·일본에서의 생산량은 44%에서 24%로 크게 줄어든다. 전체 배터리 시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서의 생산량은 늘어나겠지만, 북미·유럽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의미다.
안방이 견고한 CATL이 한국이 노리는 북미·유럽 주도권을 위협하게 되면, 안방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K배터리의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는 한국이 북미에서의 확고한 주도권은 유지하겠지만 유럽에서의 주도권이 상당히 약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CATL 등의 공세로 한·중 배터리 기업이 치열하게 자웅을 겨루는 무대가 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이 범접할 수 없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보급형 시장을 선도한다"면서 "최근에는 포스트 전기차 시장까지 대비하며 전기추진 선박용 배터리 자회사까지 운신의 폭을 넓혀 단일 기업 기준 확고한 배터리 1위 자리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력 우위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정책을 유지하고 중국시장 진출 노력을 병행한다면, 확고한 1위 자리를 구축한 CATL의 견제에도 K배터리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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