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 영입한 SK스퀘어…11번가, IPO 한파 뚫을까
(지디넷코리아=서정윤 기자)SK스퀘어가 이달 초 신임 대표로 박성하 SK C&C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내년에 3년차를 맞이하는 SK스퀘어가 새 수장 체제 아래에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진행된 인사개편에서 SK스퀘어의 기존 사령탑이었던 박정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박성하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1993년 SK텔레콤 경영전략실에 입사한 박 대표는 입사 후 SK텔레콤 기획본부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 SK C&C 대표이사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박 대표는 그룹 내에서도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동안 박 대표는 그룹 내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업계는 내년이 SK스퀘어에게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자리를 옮긴 박 대표가 전략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출범했다.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주요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투자 전문 회사다. 올해 SK스퀘어는 SK쉴더스를 시작으로 주요 자회사 IPO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IPO 한파 피하지 못한 SK쉴더스·원스토어
앞서 지난 3월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나란히 증권신고서를 내고 IPO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SK쉴더스가 당시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3만1천원에서 3만8천800원.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5천52억원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 절차를 밟은 원스토어는 공모가 밴드 3만4천300원에서 4만1천700원을 제안했다.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1천110억원이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모두 IPO를 연기했다. IPO 한파 시기에 상장에 도전했다가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IPO 시장은 지난해 20조3천8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6조478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상장종목도 91개에서 70개로 줄었다.
SK쉴더스는 현재 스웨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와 지분 인수 및 투자 조건 등에 대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대로 보고 있으며, 2조원 가량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토어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 전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우선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원스토어는 지난 1일 엔씨소프트 초기 멤버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정통한 정동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도 했다.
11번가, 내년 상장 가능할까
내년 9월 말까지는 IPO를 마쳐야 하는 11번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며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PEF 운용사인 H&Q코리아가 참여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7천억원으로 책정했다.
11번가 투자 조건에는 9월 말까지 IPO를 마치는 내용이 포함됐다. 만약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통해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까지 묶어서 팔 수 있다. 투자 유치시 11번가가 약속한 최소수익률은 3.5%로, 시장에서는 11번가가 IPO를 진행하며 4조~5조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 하형일 대표도 지난 22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2023년은 '11번가 2.0' 실행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플랫폼 경쟁력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IPO를 포함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성장과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도 IPO 혹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11번가가 IPO를 완료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기관투자자가 많아 시장이 활기를 찾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도 본격화돼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SK스퀘어는 조직 개편으로 자회사 IPO를 성공시키는 등 투자활동에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SK스퀘어는 최근 내부 조직을 크게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투자책임자(CIO), 투자지원센터 등으로 개편했다. 특히 박성하 SK스퀘어 대표가 COO를 맡아 포티폴리오 매니지먼트를 직접 담당하며, 하형일 11번가 대표가 CIO로 참여해 신규투자를 발굴한다.
서정윤 기자(seojy@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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