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상 절반 이상 감염”…코로나 초토화 중국, ‘해열제’ 아우성
지난 7일 중국 국무원이 ‘확진자의 자가치료 허용’ 등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한 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 확진자가 2억5천만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무증상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면서 공식 통계와 실제 체감하는 확진 상황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22~24일 중국 주요 도시 4곳의 주민들에게 코로나 감염 여부와 현지 코로나 상황을 들어봤다. 상하이에 사는 한 교민은 “회사 직원의 90%가 감염된 것 같다”고 했고, 선전에 사는 20대 중국인은 “체감상 50%는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외신을 중심으로 중국 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이를 ‘체감한다’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베이징의 경우 빠르게 확진됐다가 회복한 이들이 늘면서 도시가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대답도 있었다.
*공통질문
1. 당신은 코로나에 걸렸나? 증상은 어땠나?
2. 당신이 사는 도시의 코로나 감염 상황은?
3. 현재 약이나 자가검진 키트를 구할 수 있나?
4. 주변에서 사망한 사람 얘기를 들은 적 있나?
5. 정부가 다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베이징(2189만명) 거주 중국인 남성 리씨(44)
1. 2주 전쯤 열이 나서 이틀 동안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었다. 지금은 회복해서 회사에도 출근하고 있다. 우리 가족 5명 중 4명이 확진됐다.
2. 베이징 시민 절반은 감염된 것 같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95%는 확진된 것 같다. 베이징 거리에 확실히 사람이 적고 지하철에도 승객이 많지 않다. 하지만 2~3일 전부터 거리에 차가 많이 늘고, 시장도 북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에 일찍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 같다.
3. 나는 확진되기 전에 약을 준비하지 않았다. 열이 난 뒤에 약과 자가검진 키트를 사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베이징에서는 구할 수 없었고, 다른 도시에서 구했다.
4. 사망자 얘기를 듣긴 했는데,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5.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독성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 방역을 강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상하이(2489만명) 거주 여성 교민 정씨(30대 초반)
1. 코로나는 아니고 독감에 걸렸다. 확진자와 증상이 비슷하다. 편도선이 부어 말하는 게 불편하다.
2. 상하이도 베이징과 상황이 비슷하게 초토화됐다. 회사 직원의 85~90%는 감염된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격리시설로 갔을텐데, 지금은 감기 몸살처럼 집에서 약 먹고 쉰다. 15일부터 거리와 상가 등에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4~5월 봉쇄 때처럼 한산하다. 식당도 손님이 적고 테이크아웃으로 운영되고 있다.
3. 약과 자가검진 키트를 구하는 게 매우 어렵다. 약국에서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4~5월 봉쇄 때 상하이 정부가 코로나 약과 검진 키트를 배포했는데, 당시 받았던 게 지금도 남아있다. 한국 영사관이 약을 나눠주고 있고, 교민회가 공동구매도 한다.
4. 주변에서 사망자 소식은 듣지 못했다.
5. 한국에서도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확진자가 폭증했는데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것 같다. 사람들이 위드코로나로 전환된 것을 반기고 있지만, 3년 동안 지속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너무 갑작스럽게 바꿔 불만도 있어 보인다.
△광둥성 선전(1756만명) 거주 중국인 여성 리씨(29)
1. 사무실 직원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나는 다행히 아직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이 한산하다.
2. 선전은 아직 베이징보다는 나아 보인다. 내 주변을 보면 한 50% 정도 감염된 것 같다. 최근 마라톤 대회가 끝났는데, 다음 주(26일부터) 확진자가 정점에 이를 거라고 한다. 거리에 차가 평소보다 적고, 시내 유동인구도 30% 정도 줄었다. 지하철은 좌석은 꽉 차지만 서서 가는 승객은 없는 정도다.
3. 의약품은 공식 구매 경로가 있다. 큰 약국들이 정기적으로 물건을 들여와 팔고 있다. 동네별로 코로나 약과 자가검진 키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4. 사망자 얘기는 듣지 못했다. 앞으로도 안 들었으면 좋겠다.
5. 제로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토론하는데, 뭐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랴오닝성 단둥(240만명) 거주 중국인 여성 왕씨(35)
1. 지난 15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기침이 나고,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체온은 37도까지 올라갔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고,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었다. 초등학생 아들은 나와 증상이 비슷하고, 남편은 감기 증상이 있다. 남편이 일하는 공장은 직원들이 코로나에 많이 걸려 공장 문을 잠시 닫았다.
2. 우리 회사 직원이 60여 명 정도인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많이 걸렸다. 친구와 친척, 이웃, 회사 사람들 포함해서 80%는 걸린 것 같다. 거리에 평소보다 사람이 적다. 그래도 확진됐다가 나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3. 현재 약을 사기가 어렵다. 나는 미리 해열제를 준비해 뒀고, 자가검진 키트는 없다. 검진 키트를 팔긴 하는데 25개에 200위안(3만7천원) 정도 한다. 비싸서 안 샀다.
4. 주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베이징이 좀 심각하다고 들었다. 당국은 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다. 훨씬 많이 죽었을 것 같다.
5. 이미 방역 정책을 풀었고 많은 사람들이 감염됐다. 다시 돌아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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