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은 커녕, 복구도 엄두 못내" 폭설이 덮친 시설농가 '시름'

변재훈 기자 2022. 12. 25. 14: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수확해야 하는데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소."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남면 덕성리 레드향 재배 시설하우스 농가, 농민 박장열(73)씨는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폭설로 박씨의 시설 하우스 용마루와 양측 지지대 등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박씨 부부가 6년째 일군 시설 하우스 5개 동 중 3개 동(연면적 1800㎡)이 이번 폭설·한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지붕 쌓인 눈 탓, 시설 하우스 용마루 내려앉고 휘어
연말 수확 무산, 복구 일손도 부족…"옴짝달싹 못 해"

[장성=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덕성리 레드향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박장열(73)씨가 폭설로 내려앉은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25. wisdom21@newsis.com


[장성=뉴시스] 변재훈 기자 = "당장 내일부터 수확해야 하는데…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소."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남면 덕성리 레드향 재배 시설하우스 농가, 농민 박장열(73)씨는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쏟아진 폭설로 박씨의 시설 하우스 용마루와 양측 지지대 등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아치형'을 이뤄야 할 시설 하우스는 쌓인 눈에 1m 안팎 짓눌려 이곳저곳 형태가 일그러져 있었다.

농작물 일조량 조절에 쓰이는 실내 천정 위 보온 커튼까지 주저앉아, 키가 큰 나무는 가지와 잎 등이 짓이겨져 있기도 했다.

박씨 부부가 6년째 일군 시설 하우스 5개 동 중 3개 동(연면적 1800㎡)이 이번 폭설·한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박씨는 눈 그친 전날 오후부터 틈틈이 시설하우스 물받음관 위에 올라 제설에 나섰지만 이내 자포자기했다.

하우스 지붕마다 5㎝ 안팎 눈이 잔뜩 쌓여 미끄러운 데다가, 홀로 제설 삽을 들고 길이 110m에 이르는 하우스 3개 동에 쌓인 눈을 모두 치우기란 역부족이었다.

[장성=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덕성리 시설하우스에서 레드향 재배 농민 박장열(73)씨가 하우스를 덮친 눈을 치우고 있다. 2022.12.25. wisdom21@newsis.com

박씨는 당초 오는 26일부터 수확 작업을 시작해 다음주 중 출하까지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확은 커녕, 시설물 복구마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눈이 녹기 시작해도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하우스 곳곳에 누수,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안쪽 깊은 곳까지는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간신히 수확한다 해도 짓눌린 보온 커튼 탓에 일조량이 부족, 작황마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보온 커튼을 움직여야 수확 범위가 넓어지지만 어렵사리 딴 레드향도 볕을 충분히 못 본 탓에 신맛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막바지 충분히 기온이 보장돼야 한다. 시설물 붕괴 위험도 있어 온풍기 작동도 엄두가 안 난다"고 밝혔다.

이어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다. 수확도, 복구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지붕 위에 쌓인 눈을 퍼내고 나무 상태를 살펴가며 수확도 해야 하지만 좀처럼 엄두가 안 난다"고 하소연했다.

[장성=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덕성리 레드향 재배 시설 비닐하우스 구조물이 지난 폭설로 휜 채 내려앉아 있다. 2022.12.25. wisdom21@newsis.com

인근 딸기 재배 농민 도지현(51·여)씨도 출하를 앞두고 갑작스레 입은 폭설 피해에 근심이 가득했다.

시설하우스 곳곳을 둘러보던 도씨는 지붕에서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실내 곳곳에선 물이 줄줄 샜고, 쌓인 눈에 짓눌려 휜 듯한 용머리와 보온용 커튼이 눈에 띄었다. 막 붉게 익어가던 딸기 열매 곳곳엔 물기가 묻어 있었고, 젖은 잎사귀는 제 빛깔을 잃은 듯 했다.

6년 전 남편과 귀농한 도씨는 알뜰살뜰 키운 딸기를 구정 설 연휴에 맞춰 출하키로 했으나,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딸기는 햇볕을 충분히 보지 못하면 당도가 떨어지는데 보온 커튼 작동이 어려워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에는 잿빛곰팡이, 꽃곰팡이 등 각종 병충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상적인 생육 환경 속에서 나무가 웃자라면 딸기 영양분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도씨는 걱정했다.

도씨는 "한 해 결실인 딸기가 잘 익어가고 있었고 연말연시 수확만 잘 마치면 됐다. 시설물 피해는 처음 경험해 봐 당혹스럽다"며 "신속한 복구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군도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농작 시설·축산업 농가 피해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레드향·딸기·토마토·감자 등 6개 품목 시설 하우스 12개동이 시설물 파손 피해를 입었다. 농업시설물과 염소 축사(6마리 폐사) 등도 다수 폭설 피해로 집계됐다.

잠정 피해 규모는 장성에서만 3억 1442만 원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폭설 기간 중 장성에서 가장 많이 쌓인 눈의 양(최심 적설량)은 지난 24일 기준 36.1㎝다. 23일에도 최심 적설량은 35.3㎝로 확인됐다.

[장성=뉴시스] 변재훈 기자 = 25일 오전 전남 장성군 덕성리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도지현(51)씨가 폭설로 파손된 환풍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25. wisdom2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