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 수장 된 서유석,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지난 23일 65.64% 득표율 기록
내년 1월부터 3년간 임기
[더팩트|윤정원 기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에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가 당선됐다. 내년부터 3년간 금융투자협회를 이끌게 된 서유석 신임 협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3일 오후 3시 열린 제6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총 385개 정회원사 중 244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차기 회장으로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서 신임 협회장은 65.64%이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19.20%),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15.16%)를 따돌렸다.
서 신임 협회장은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생각하지 못한 높은 지지율이었던 것 같다. 우리 업계에서 그만큼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증명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공약 사항을 하나씩 실천하고, 자주 회원사를 찾아뵙고, 의견을 여쭙고 반영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고, 하나하나 상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부동산 PF발 '자금 경색' 불식, 최우선 과제로
서 신임 협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될 것은 단연 자금 경색 우려를 불식이 될 전망이다. 서 신임 협회장은 당선 이후 기자와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내년에 부동산발 자금 경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부동산 발 자금 경색이 재발되지 않도록 당국, 유관기관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하겠다. 우리 업계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불황 속 PF(프로젝트파이낸싱), 브릿지론 등의 건전성 저하로 된서리를 겪었다. 계열 지원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영업 경쟁력과 재무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인력 감축 등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노출 규모(익스포저)는 지난 9월 말 기준 24조30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37% 수준이다. 23개 증권사의 조정 유동성비율은 9월 말 기준 103.1%에 이른다.
내년도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에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기평은 모두 내년 증권업의 산업과 신용 전망을 각각 비우호적,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부동산금융 우발부채 등 위험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우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높은 금리 수준과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업계 전 사업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과거 높은 가격에 집행한 투자와 대출 손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내년에도 증권사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부동산 PF 위험 확대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원 한기평 금융2실 실장과 정효섭 책임연구원은 내년 증권업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들은 내년에 보수적인 위험 관리에 나서겠으나 우발채무 현실화와 투자자산 신용위험 확대로 재무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서 신임 협회장 "금투세 정비 TF 구성할 것"
서 협회장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와 관련, 개선 방안 모색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 협회장은 "펀드에 대한 배당 소득 처리 문제도 중요하다"며 "증권사에서 원천징수 과정에서 오는 부담도 크다. 업계와 협회와 당국이 모여서 금융투자소득세를 친밀하게 정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금투세는 시행이 2년 밀린 상태다. 여야는 지난 23일 본회의를 열어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면서 이 기간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은 그대로 10억 원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증권거래세율은 단계적으로 인하해 현재 0.23%를 내년 0.20%, 2024년 0.18%, 2025년 0.15%로 낮추도록 했다.
서 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외연 확장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그는 후보 시절 대체거래소(ATS)에서 주식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증권형토큰(STO)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도입과 정착에도 힘쓰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서 협회장은 이밖에 앞서 선거 과정에서 꺼내 든 △적격펀드 분배금 과세 해결 △장기투자 비과세펀드 도입 △ETF 상장절차 개선 △국민연금 해외 투자 시 운용사 참여 기회 확대 등의 공약 이행에도 나서야 한다.
시장에서는 서 협회장이 '소통하는 협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정부와 업계의 징검다리 역할에도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운용사 출신 협회장이 나오지 않아 운용업계 입장이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서 협회장의 취임으로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서 협회장은 역대 금투협회장 중 최초로 자산운용사 출신이다. 1962년생인 서 협회장은 배재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재무관리 석사를 마쳤다.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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