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도심 ‘눈 장벽’ 치우느라 구슬땀…호남, 비닐하우스 수백동 붕괴

강현석·강정의 기자 2022. 12. 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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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도롯가에 눈이 장벽처럼 쌓여있다. 폭설이 도로에 얼어붙자 당국은 굴착기 등을 이용해 눈을 도롯가로 치우고 있다. 강현석 기자

25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로에는 ‘눈 장벽’이 만들어졌다. 성탄절에도 읍내 곳곳에서는 굴착기를 동원해 도로에 얼어붙은 눈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형 덤프트럭은 모아 둔 눈을 외곽으로 실어 날랐다.

주민들은 허리 높이까지 쌓인 눈 장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오갔다. 김모씨(52)는 “화순에서 평생을 살았는데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화순에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1주일 동안 53.7㎝의 눈이 내렸다. 지난 22일 부터 23일까지는 40㎝에 가까운 눈 폭탄이 쏟아졌다.

전남과 전북, 광주, 제주, 충남에 내린 폭설이 그친 이후 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 수백 동이 무너져 내렸고 눈밭으로 변한 도심은 중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최대 60㎝가 넘는 폭설이 내린 전북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236동의 시설물 피해가 접수됐다. 순창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는 등 비닐하우스 189동이 무너졌다.

지난 24일 오후 폭설로 축사 무너져 내린 전남 담양군에 있는 한 오리 농장에서 담양군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정읍에서는 오리 농가 지붕이 무너지는 등 축사 42동도 폭설 피해를 봤다. 건축물 5동도 파손됐다. 추운 날씨까지 겹쳐 농작물도 냉해 피해를 입었다. 익산과 정읍·임실·부안 등 4개 시·군에서 농작물 2.8㏊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관계자는 “휴일에도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7개 군에서 비닐하우스 91동이 파손돼 4억66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담양에서는 딸기 등을 재배하는 27개 농가의 비닐하우스 42동이 피해를 봤다. 장성에서도 21개 농가에서 36동의 비닐하우스가 붕괴했다.

축사 파손도 잇따랐다. 순천과 담양, 곡성, 화순 등 13개 농가에서 축사 35동이 폭설에 무너져 4억5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 등이 집계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5일 폭설이 내린 광주광역시의 한 도로에서 시민들이 포크레인과 함께 논을 치우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에서는 도심에 얼어붙은 눈을 치우는 작업이 이틀째 이어졌다. 광주에는 40㎝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광주시는 이날도 굴착기 117대 등 민간장비 137대와 제설 차량 등을 동원했다.

광주시는 “대형 장비의 사용이 어려운 인도와 버스정류장 등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지역자율방재단 등과 함께 제설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밝혔다.

최대 43㎝ 폭설이 내린 충남에서는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 지난 24일 오후 3시28분쯤 홍성군의 한 국도에서 승용차끼리 출동하는 사고가 나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눈이 집중된 서천군은 예비비 2억3000만원을 투입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지난 24일부터 대설특보와 강풍특보가 해제된 제주는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정상화됐다. 하지만 1m 가까운 눈이 쌓인 한라산 탐방로는 이날도 전면 통제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66건의 인명구조와 구급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서귀포시 사려니숲길 탐방객 2명이 눈길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지난 23일에는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중학생들을 태운 버스 2대가 추돌해 24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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