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명 불과한 평창, 전국 디지털주민 4만명 전입시킨 비결은

유승목 기자 2022. 12. 25. 14: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디지털관광주민증'으로 관계인구↑…지자체도 별도 예산 편성해 지원하는 등 지역활력 제고 효과
디지털관광주민증 발급. /사진제공=대한민국구석구석

2018년 동계올림픽과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달 기준 4만980명이다. 1966년 10만 명이 넘었던 인구 수가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40만4700명)보다 31배나 넓지만, 사는 사람 수는 10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인구밀도가 희박하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인구 4만명 선도 붕괴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인근 정선군, 홍천군 등과 함께 지난해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지방소멸대응기금까지 수혈받게 된 배경이다.

그간 평창군의 주요 지역활성화 대책은 이웃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관광이었다. 대관령 양떼목장, 용평리조트 스키장 같은 레저콘텐츠 효과로 연간 1000만 명이 찾고 있어서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일부 관광포인트만 콕 집어 왔다가는 터라 지역 전반에 소비·고용효과가 돌지 않아 인구감소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휘닉스파크는 와봤어도 정작 평창은 모른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굵직한 관광지가 없는 방림면의 인구는 829명으로 소멸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최근 들어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평창군이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와 손 잡고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시범 도입하면서다.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제시된 생활인구 개념의 한 축인 관광을 통한 방문자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다. 정주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다면 외부 관광객들이 더 자주 오고, 더 오래 머물며 지역 곳곳에서 소비하는 관계인구로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나온 시도다.
두 달만에 디지털 평창 관광주민 2만3000명
앞서 공사는 지난 10월부터 공사 여행정보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 모바일 앱을 통해 평창군과 충북 옥천군에서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을 시작했다. 공사가 운영하는 국내여행정보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구축한 전용 페이지를 방문해 가입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사에 따르면 현재까지(12월19일 기준) 발급 두 달여 만에 평창군 2만3521명, 옥천군 1만7089명씩 총 4만601건의 주민증이 발급됐다.

공사 관계자는 "인구감소지역은 지자체 관광산업 육성 의지는 크지만, 교통접근성이 미흡하고 관광목적지로서의 인지도와 인프라가 부족하단 특징이 있다"며 "다양한 지역 방문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민증을 통해 지역과 유대를 형성하는 잠재적인 지역 충성 방문객을 만들어 관계인구 증가에 기여하잔 취지로 디지털 관광주민증 개념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방문객 간 유대형성을 통해 장기적, 반복적 방문을 유도하잔 것이다. 인구감소 속도에 비해 소비·재방문 등 관광효과가 더딘 평창군의 고민해온 지점과 일치한다. 이정선 평창군 관광마케팅 팀장은 "인구소멸 측면에서 경제적 인구가 들어와야 하는데, 1000만명이 넘게 여행을 오지만 경제적 효과까진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평창군 인구만큼 4만명의 디지털관광주민을 만들어 여행객들이 평창 왔을때 군민들처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면 소비효과가 크겠다 싶어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창 관광두레 업체인 '평창 캠프닉'에 디지털관광주민증을 활용해 방문한 관광객이 캠핑체험을 하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여행업계에선 디지털 관광주민증으로 여행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단 평가다. 관광택시부터 숙박·식음·체험 등을 쉽고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서다. 평창군은 15개 관광콘텐츠에 대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방문지에 있는 QR코드로 관광주민증을 발급받고 제시하면 최대 5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평창군 별도 예산을 편성해 만든 여행자카드까지 받아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팀장은 "여행자카드도 일회용이 아니라 재충전하면 장려금을 주는 시스템"이라며 "관광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방문을 유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관광두레 파급력↑…워케이션까지 기대
공사과 평창군이 디지털관광주민증을 시범운영하며 얻은 가장 긍정적인 성과는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된 관광사업체 활성화다. 관광객들의 여행형태가 다양해지며 지역 관광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공사가 운영하는 지역관광 주민공동체인 '관광두레' 사업체들이 활력을 얻고 있다는 게 지역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형리조트, 관관명소에서 빠져나온 관광객들이 디지털관광주민증을 통해 평창군 곳곳에 자리잡은 관광두레 사업체를 방문하고 있다. 평창군 대화면 도자기공예 체험업체인 '너나드리'의 경우 지난달에만 관광주민증을 이용한 체험건수가 250건에 달했다. 전정희 너나드리 대표는 "가족 여행객은 물론 워케이션(휴가와 업무의 결합)으로 찾은 1인 여행객도 '이런 곳이 있었냐'며 시간을 보내고 간다"고 말했다.

평창 관광두레 업체인 도자기체험공방 너나드리에 디지털관광주민증을 통해 방문한 관광객들이 체험하고 간 도자기공예품들. 이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의 체험방문과 직접 만든 공예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박윤희 공사 평창군 관광두레 PD는 "디지털주민증으로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유대가 깊어지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지역 관광소득 감소로 인구가 줄고, 기반이 붕괴돼 관광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내년 1월 말이면 4만명의 디지털주민증 발급이 예상된다"면서 "관광업체 뿐 아니라 지역 전반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성과에 공사는 내년 디지털관광주민증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평창군도 장기체류를 통해 관광소비효과를 키우는 워케이션과 연계하는 등 디지털관광주민증으로 지역관광 시너지를 키운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장실 공사 사장은 "디지털관광주민증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감소하는 인구를 관광 관계인구로 상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